10여년 전에 저의 유일한 형님이 교통사고로 고인이 되셨습니다.
영안실에서 형님의 시신을 보았습니다. 가만히 잠들어 있는 모습! 몸을 만져 보았습니다. 얼음 같이 차가운 몸! 어제도 같이 있던 사람이 이렇게 차갑게 누워 있는 것이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눈물을 뿌리며 병원밖으로 뛰쳐 나왔습니다. 그리고 벽에 쭈그리고 앉아서 거리를 보았습니다.

아! 그 때...
놀라운 세상이 보였습니다. 살아서 움직이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그마한 체구를 가진 생명체들이 혼자 움직이고 차도 몰며 울기도 웃기도 화내기도 한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기특하고 귀엽고 신기한지 이루 말 할 수가 없었습니다. 죽으면 차갑게 움직이지 않는 존재가 어떻게 저리 왕성하게 움직일 수 있을까! 생명이란 것은 무엇일까? 무엇이길래 저리 놀라운 신비를 연출할 수 있단 말인가! 이 때부터 생명의 외경을 느끼기 시작했고, 미물이라도 함부로 살생을 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 때의 느낌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항상 흔하게 보이는 우리의 일상사가 이렇듯 신기하고 놀랍게 느껴질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모든 생명체들에 연민이 느껴지고 소중하게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내가 생활속에 파묻히면 그런 것을 언제 느꼈나는 듯 망각하고 지냅니다. 하지만 생활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관조를 하는 식으로 바라보게 되면 그러한 느낌은 다시금 살아납니다.

내가 열불냈던 화냈던 다투었던 모든 것들이 너무 우습게 느껴집니다. 내가 왜 그랬지? 난 놀라운 곳에 있지 않는가? 모든 것을 용서하고 싶어집니다. 너무나 신기하고 아기자기한 생명체들 아닙니까? 참 이렇게 움직일 수 있다니 이 얼마나 기특한 일인고...

어른들이 아장아장 걷는 아기들을 보는 시각으로, 우리 스스로가 우리들 인간들을 보게 된다면 행동하는 모든 것들이 기특해 보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