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5월 5일, 어린이날, 날씨 쾌창하고 더움.


월요일이면서 연휴인 오늘,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나니, 어린이날이라는 사실에 문득 밖으로 나가고 싶다.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사람들이 많은 공원에 놀러 가고 싶기도 하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어설픈 농담도 나누고 싶다. 꽃과 아이들이 어루러진
이 도심의 한복판에 오늘 많은 기쁨이 넘쳐나는 것을 보고 싶다.
아이들의 눈망울 속에서 나의 어릴적 천진난만하던 순수함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일요일인 어제,
아침을 거르고 점심때도 지나 고픈 배를 움켜쥐고
친구를 만나러 도심을 향해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기사들의 눈에서
불안함이 느껴진다. '혹시 내가 안태우고 지나치는 손님은 없겠지?'
엄마와 아이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엄마 표정이 어두웠다.
아이들이 엄마의 통솔에 따르지 않고 차도 갓길을 뛰어다녔다...
그러고 또 어떤 엄마는 장난감을 사주지 않는다고 떼쓰는 아이에게
따끔한 야단을 쳤다. "너는 왜 맨날 니가 하고 싶은데로만 하니?"

금요일인 그그저께,
텔레비전에서 뉴스를 봤다. 백혈병에 걸린 아이들과 부모가 꽃박람회를
구경왔다는 기사였다. 아이들은 대부분 머리를 빡빡 밀고 모자를 눌러썼다.
그리고 자신들을 위한 자선공연에 시선을 모으고 있었다. 한 아이가 이렇게
인터뷰했다. "제가요... 빨리 나아서요... 엄마한테 돈도 많이 벌어다 주고 싶고요..."
그 아이의 엄마는 울먹이며 또 이렇게 말했다. "다른 아이들처럼 제 아이도
모자를 벗고 마음껏 밖을 돌아다녔으면 좋겠어요..."
난 눈물이 글썽였다... 그리고 기도했다.
'우리가 좀 더 나은 세상을 창조하게 하소서...'

그리고 나는 지금 이렇게 기도한다.
'우리 모두가 순수한 사랑으로 하나됨을 느낄 수 있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