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담배로부터 온 편지

(::달콤한 세금의 유혹 “권력들에 인기짱”::) 나는 담배다. 고대 마야인들이 신처럼 떠받들던게 바로 나다. 종 교의식의 필수품이었다. 신대륙을 발견한 유럽인들이 나를 신성 하게 여긴 건 당연하다. 16세기 영국 땅을 밟았다. 나는 만병통 치약으로 소개됐다. 나는 중독성과 쾌락을 무기로 순식간에 유럽 을 장악했다. 하류층들은 엄두도 못내던 고귀한 존재였다.
상류층의 전유물이던 과거와 달리 나는 이제 서민들의 지친 일상 을 달래주는 위안이다. 보통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달래주는 벗이 다. 이때문에 나를 악마로 만들고, 나를 던져버리라고 외치는 21 세기 지구촌의 풍경은 당혹스럽다.

◆담배는 권력과 친했다 = 내가 유해하다는 논쟁은 사실 오래됐 다. 그러나 17세기 들어 영국 왕실은 세수 확보를 위해 담배를 전매하기 시작했다. 유럽 대부분의 왕실이 따라했다. 유해논쟁이 한동안 사라진 배경이다. 나에게 붙는 세금은 어느 국가에나 달 콤한 유혹이다. 국민건강 재원 마련을 위한답시고 툭하면 나의 값을 올리겠다고 나서지 않나. 실상 나를 값싸게 만들어 건강해야 할 젊은 장병들에게 공급하는 것도 국가 아닌가. 게다가 나는 21 세기 대한민국의 수출효자다. KT&G는 지난해 전세계 40여개국에 3억5150만달러 어치 312억개비를 팔았다.

◆‘담배소비자’들이 사는 법 = 국내 1300만 흡연가들이 힘들어 한다. 당신들은 담배 한갑당 1069원씩 각종 세금과 준조세를 내 는 성실한 시민인데 단지 나를 가까이 한다는 이유만으로 박해당 한다. 연간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씩 총 조세의 3%를 부담한다.

그런데 헌신적 담배소비자들이 국민건강증진법 앞에서 건강위해 사범으로 내몰리는 현실이 과연 정당할까. 가뜩이나 나빠지는 건 강도 억울한데 말이야.

물론 내가 건강에 미치는 ‘문제’는 인정한다. 그러나 내가 몸 에 나쁘다는 사실을 모르고 피우는 사람이 있나. 영국의 전 수상 윈스턴 처칠(1874~1965)은 공식석상에서 언제나 시가를 물었다.

그는 90세 넘도록 장수를 누린 골초로 알려졌지만 사실 80세 무 렵 나를 거의 끊었다. 그러나 처칠은 반쯤 피운 시가를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며 사진기자가 나타날 때마다 꺼내 물었다. 당당한 이미지를 과시하기 위해 나를 이용했다고나 할까. 나의 폐해를 다 아는 당신들이 쿨럭쿨럭 누런 가래침을 뱉어내면서도 나를 가 까이 하는 건 저마다의 이유가 있는거 아닌가. 아니라면 단순히 의지박약인가.

◆의지박약한 흡연가들을 위한 조언 = 해마다 1월이면 나를 멀리 한다고 난리들이다. 매년 초 나의 판매량은 급감한다. 하지만 ‘ 작심삼일 금연’이 적지 않다. 그만큼 나에 대한 중독성이 지독 하다는 얘기다.

이제 나도 양심이 있으니, 나의 숭배자들을 위한 조언은 아끼지 않겠다. 일단 된장찌개나 된장국을 가까이하라. 된장에는 니코틴 해독작용 및 혈액속의 니코틴을 분해시키는 효능이 있다. 북어 꼬리 10㎝ 정도를 잘라 달여 먹으면 역시 해독작용이 일어난다더 라. 내가 당신들의 몸에서 빼앗아버리는 카로틴, 비타민A 보충을 위해 단호박, 쇠고기 간, 파래, 김 등도 자주 먹는게 좋단다.

단 눈가리고 아웅하지 마라. 당신들은 내가 어떤 존재인지, 어 떻게 당신을 망치는지 알면서도 나에게 의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