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구제역과 광우병의 세계적 확산을 시작으로,
2003년에는 전세계를 전염병 공포로 몰고 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창궐했고,
2005년에 들어서는 21세기의 흑사병이 될 수도 있다는 조류독감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현재도 계속 확산되고 있는 조류독감은 1억에서 많게는 10억의 인구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더 강력한 전염병의 등장을 예고하는 신호탄에 불과하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IT와 NT(나노 테크놀로지)가 의학과 접목되어 BT라는 첨단의학분야가 꽃을 피우는 21세기 초과학 문명시대에도 우리는 질병과 전염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아니 오히려 과거 어느 시대보다 더 다양한 질병과 새로운 전염병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이처럼 전세계를 떨게 만드는 전염병들은 도대체 왜 발생하는 것일까? 

생각하기도 싫지만 사스(SARS) 보다 훨씬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전염병이 닥쳐 올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고민입니다.  앞으로 한두 개가 아닐 원인모를 전염병들을 괴질1, 괴질2로 이름지을 수도 없고 걱정입니다. 
- 권준욱 국립보건원 방역 과장(2003년 4월 1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 中) -   

2003년 5월 3일자 LA타임스는 “사스는 앞으로 닥쳐올 전대미문의 괴질 확산의 전조일 뿐이다.”라고 선언했고, 세계보건기구의 줄리 홀 박사는 “사스는 단지 리허설에 불과하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전염병의) 대유행이 필연적이고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만일 조류 인플루엔자가 사람 사이에 감염되기 시작하면 수주일 내에 최소 700만 명에서 최대 1억 명 이상이 사망할 수 있으며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21세기의 흑사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문제는 사스나 조류독감이 전염병 시대의 마지막 전염병이 아닌, 새로운 전염병 시대를 알리는 첫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데 있다. 앞으로 지구적인 전염병의 창궐로 인류가 종말을 맞을지 모른다는 경고마저 나오고 있다.  

그러면 과연 새롭게 발생하는 전염병들은 우리 인류에게 얼마나 큰 위협으로 작용할까?
사스나 조류독감 등의 바이러스가 과연 인류를 멸망시킬 정도의 위험성을 갖고 있는 것인가?     

영국 쉐필드 의과대학의 교수인 프랭크 라이언 박사는 이미 9년 전에 이러한 문제들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닥쳐올 위험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1997년에 발표된 저서 『Virus X』에서 그는 인류의 종(種)을 전멸시킬 수 있는 멸종 유전자가 있다면 그것은 바이러스에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미지의 바이러스를 멸종(eXtinction)이라는 단어에 포함된 X자를 따서 ‘바이러스 X’라 명명했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후보군의 하나로 조류독감을 들었다.
책이 나온 지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불행히도 그의 예측은 우리 눈앞에 현실로 펼쳐지고 있다.  
라이언 박사는 ‘바이러스 X’의 출현배경을 ‘인구조절을 위한 자연의 필연적 조율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전세계적인 전염병의 발생은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에겐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라이언 박사는 ‘바이러스 X’의 발병 가능성만을 언급했을 뿐,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나 해결책은 아무것도 제시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자연의 조율작용에 의해 다 죽을 수밖에 없는 비극적 운명의 주인공이 되고 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