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참나’에 침잠하여,
공으로 화하여
멈추어버린 영원이어라.
모든 만물이 하나되어
내가 만물이 되고
끝도 시작도 없는
공허 속으로, 그 안에서
오롯이 머물러 있다.
딸아, 딸아,
이제야 돌아왔구나.
멀고도 긴 여정을
혼자서 걸어왔구나.
평화로운 이 안에서
이젠 거하거라.
너의 집에 돌아왔으니
이제는 쉬어라.
쉴 곳은 그 어디에도
이젠 사라졌나니
이 안에 거하며
영원한 지복의 물결 속에서
영롱한 물방울로
이 안에 거하거라.
수고로움도 바라봄도
내려놓음도 다 벗어버리고
온전히 이 안에서
존재하거라.
집으로 돌아온 내 딸아,
이제야 돌아온 내 딸아,
그 머나먼 여행길
이젠 무사히
끝마쳤구나.
복되고 참된
그 여행 길에서
작은 반딧불을 따라
걸어온 딸아,
나는 먼 밖에서
네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였노라.
딸아, 딸아,
나의 참다운 딸아,
풍요로운 감성의 봇짐을,
이젠 그마저도 내어 던진
나의 사랑스런 딸아,
이 곳에 영원히 거하려무나.
온전한 참 사랑과
평화와 자유가
샘솟는 심연 속에서
너의 안식을
맞이하여라.
나는 받아들이노라.
이제는 돌아온 내 딸의 귀향을…
이제는 반기노니
이 품안에서 휴식을 취하라.
모든 발자국은
사막의 모래바람에
사라져 묻혀버렸으니
낙타의 발자국을
이젠 축복하고 놓아주어라.
그 발자국에 아버지는
엎드려 입맞춤하노니
너의 눈물이 화하여
영롱한 이슬로
저 바다를 이루었으니
우주, 드넓은 바다 속에서
이젠 거하라.
모든 참사랑이
하나되어 너를 반기노니
이제는 나의 딸아,
내 집에 거하며
편히 쉬거라.
사랑보다
더 한없는 사랑으로
감싸안는 사랑
그 너머의
그저 있음으로 온전해진
나의 딸의 돌아옴을
나는… 너의 아버지는
고개 숙여 내 품에 끌어안노라.



아버지여,
내 눈물의 아버지시여
이젠 제가 돌아왔습니까?
그동안 어디에 거하셨나이까.
까마득한 칠흑의
어둠 속을 헤매었나이다.
먼 우주 저편까지
절규하는 통곡의 메아리를
아버지여,
들으셨나이까?
아버지여~!
아버지여~!
내 그리운
아버지시여!
이 시온의 땅에
이제서야 진정으로
그 땅을 밟았나이까.
믿지 못하겠습니다.
얼마나 멀고도 먼지
얼마나 험하고
파도가 쳤던지
두려웠었습니다.
죽었더랬습니다.
이젠 살아나고 있습니다.
죽어서도 걷던 그 길,
죽으며 죽으며
한 없이 죽으며
걸어오던 그 길…
아버지의 곁을
떠나지 않으리이다.
아버지여~!
아버지여~!
내 죽음이시었던
참사랑의 아버지여!
딸이 돌아왔습니다.
아버지의,
긴 목의 기다림을
그간 몰랐으나
돌아와 이제보니
아버지 또한
내 길을 따라 걸으시며,
그림자로 따라오시며,
죽고 죽고 또 죽으며
걸으셨더이다.
태양처럼,
달처럼,
별처럼,
벼락이 되어
천둥이 되어
비가 되어
햇살이 되어
아버지는,
그렇게 그렇게
흰빛으로 검은빛으로
밤과 낮을 잊으시고
함께 걸어오셨더이다.
몰랐습니다.
내 진정 몰랐나이다.
아버지의 걸음 걸음에
그 걸음 발자국,
맨발의 발자국 속에
고여가는 핏물을…
그 시뻘건 핏물은
강이되어 바다로
넘치고 넘쳐
흐르는 줄도
차마 몰랐습니다.
그 붉디 붉은 핏물에
저를 씻어주소서.
그 핏물에 적시어
아버지의 피가 되어
이젠 당신의
뼈 속 깊은 살 속에
피로 거할 수 있게
허락해 주소서.
내 살과 뼈와
피이신,
나의 사랑이시고
사랑이시고,
참사랑이신 아버지여!
당신의 찢어진
육신 속에서
붉은 피가 되어,
하나되어,
끝도 시작도
영원도 없어지는
그 속에서
당신과 하나되어
사라져버리게 하소서
나를 반기시는
거룩, 거룩, 거룩하신
모든 하나됨의
아버지여!
이젠 당신의 품 속에서
죽음보다
깊은 잠을
청하나이다.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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