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판 서문


로마 가톨릭 교회는 인간이 만들어낸 제도 중 2천년 동안 살아남은 몇 안되는 제도의 하나이다. 가톨릭 교회가 그렇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가톨릭 교회는 유연했고, 스스로를 계속해서 진화하는 세상에 맞추기 위해 번번이 모습을 달리해왔다, 당연한 일이지만 변화는 천천히 찾아왔음에도 ---그 무엇도 바티칸을 몰아붙이지 않는데, 그것은 축복인 동시에 저주이다 --- 늘 있어왔다.

2005년 4월 요제프 라징거 추기경이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되었다. 보수적 성향인 라징거가 교황으로 선출됨에 따라 큰 변화는 없겠지만 지금이 가톨릭의 믿음에 있어 변화의 순간인 것만은 분명하다. 새 교황들은 많은 새로운 희망들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오래전에 한 남자가 이 모든 변화를 먼저 보았을 수도 있다.

1139년 말라키라는 아일랜드의 잘 알려지지 않는 주교가 로마를 방문한 후 계시를 경험하고, 교회를 지배하게 될 교황들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라틴어로 짤막한 설명을 덧붙인 교황들의 목록은 1143년 첼레스티노 2세로부터 시작해 111대 교황으로 끝이 났다. 놀랍게도 말라키의 예언은 90% 정도가 옳았다.

1999년 나는 성 말라키의 예언과 파티마의 성모 강림을 둘러싼 소설을 구상했다. “세 번째 비밀”은 칠십대 후반의 독일인으로 바티칸의 산물인 클레멘스 15세라는 허구의 인물을 다루고 있다. 그는 교황으로 재직하면서 교회에 무척 중요한 문제들과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점은 현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도 적용될 것이다. 또한 성 말라키가 예언한 111대 교황에게는 “올리브의 영광”이라는 꼬리표가 붙었고, “세 번째 비밀”속의 금언은 내가 허구적으로 만들어낸 클레멘스 15세와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다.

이 꼬리표가 궁극적으로 베네딕토 16세에게 적용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112대 교황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신성 로마에 대한 마지막 박해가 있을 때 로마인 베드로가 통치하게 될 것이다. 그는 여러 가지 환난 속에서도 그의 무리를 살찌울 것이다. 그 일이 있는 후 일곱 개의 언덕이 있는 도시에서 무서운 재판관이 모든 사람들을 심판할 것이다.”

이것이 종말을 암시하는 얘기인가? 아니면 극단적인 변화를 암시하는 것일 뿐인가? 그것을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로마 가톨릭 교회가 많은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여자 사제, 독신과 동성애 그리고 피임의 금지 등을 둘러싼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현재의 보수적인 교황청은 이러한 문제를 억압하고 있지만 진보주의자들은 거기서 대항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가톨릭 교도의 삼분의 이가 비유럽인이며, 많은 사람들이 요한 바오로 2세의 후계자가 유럽이 아닌 다른 곳에서 나오기를 바랐다. 새로운 교황이 혁신적인 접근에 좀더 개방적이기를 원했다. 하지만 추기경들은 현재의 입장과 교리에 친숙하고 그것들을 지지하는, 이미 능력이 입증된 사람을 선택했다. 그렇지만 베네딕토 16세는 연로한 탓에 대리인 정도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론 사태는 예상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소위 말하는 “과도기 교황”으로 불린 요한 23세는 비오 12세가 장기간 재직한 후 교황으로 선출되어 위대한 개혁가가 되었으며 가톨릭 교리를 극단적으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소집하기도 했다.

흥미롭게도, 요한 23세는 파티마의 세 번째 비밀을 처음으로 읽은 교황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가 교회가 변해야 한다는 하늘의 말씀을 읽었다고 믿고 있다. 베네딕토 16세의 재직기간은 요한 23세와 마찬가지로 결정적인 것이 될 수도, 아니면 교회가 차기 콘클라베 전까지 미래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에 그칠 수도 있다. “세 번째 비밀”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한 문서에 의해 궁극적으로 교회의 미래 전체를 결정지을 그러한 갈등이 전개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수십 년 사이 가톨릭 교회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 하고 있다. 학자들은 다양한 해결책을 내 놓았는데, 그 중 어떤 것들은 터무니없고 어떤 것들은 비실용적이지만 어떤 것들은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 그 문제와 관련해서는 레오 13세가 1881년에 한말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교회는 오로지 진리만을 필요로 한다.”  

                                                               스티브 베리
                                                           2005년 6월 15일    
      

              세 번째 비밀1-2/스티브 베리 지음/ 정영문 옮김/밝은세상/각8,000원


(파티마의 세 번째 비밀은 요한 바오로 2세께서 2000년 5월에 대중에게 공개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