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인생이지만 찬란한 한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정말이지 부처도 부럽지 않은 영광된 나날이었습니다
제 인격을 형성시켜주었고, 가치관을 심어주었으며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기도 한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그 시절을 기억하며 저는 그때가 제 미래와 운명을 결정할 모든 것이라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시간 이후로 이 모든 것을 지우려 합니다...
왜냐하면 이 모든 영광이 지나가는 한 순간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몹시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누가 여러분에게 본인을 이루고 있는 그 자체를 포기하라면 포기하겠습니까?  
하지만,
바닷가의 셀 수 도 없을 정도로 많은 모래알들처럼
인생이라는 것 또한 우주의 무수한 알갱이 중 하나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된 지금
아무리 삶의 가장 소중한 결실이라도
자신의 본성에 비하면 덧없고 허망한 것이라는 걸 깨달았던 것입니다
이것을 바로 아바타라고 하는 건가요?
그것은 너무나도 순수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저는 지금의 제 아바타에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몹시 사랑했습니다. 심지어는 깨달음마저도 이와 연관시키려 하였을 정도였으니까요.
이 세상 그 어느 것보다도 고결하고 아름다운 아바타라 감히 자부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의 각박함과 삭막함에 지친 사람들에게 예술이라는 것을 통하여 제 아바타의 정수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 순간을 위해 저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상상해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저는 이제 이 모든 알갱이들을 이루고 있었던 저의 진실한 근원을 찾으려 합니다. 그 아름답고 멋진 아바타를 만들어낸 나 자신의 진짜 실체가 무엇인지...... 무한의 시간을 들여 끊임없이 환생하며 고통과 행복을 번갈아가며 창조하던 나라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찾기 위해 그토록 수만번의 윤회를 거듭해나가면서까지 이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를...  이제 찾으려 합니다. 퍼즐조각이 빠르게 맞춰져가는 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