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이창섭특파원 = 부자 나라들의 모임인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제3세계 최빈국의 부채를 전액 탕감해 주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G7 재무장관들은 4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런던에서 열린 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이같이 합의했지만 영국이 아프리카 빈곤퇴치를 위해 제안한 `신(新) 마셜플랜'에는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했다.

G7 의장국 재무장관 자격으로 이번 회의를 주관한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은 5일 폐막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최빈국이 다자 차원에서 지고 있는 부채를 100% 탕감해 주고자 한다"며 "부국이 빈국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임에 따라 불공평(injustice)이 영원히 계속될 수 없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그는 "런던 회의는 G7 공동성명에 100% 부채 탕감 약속을 명문화한 회의로 기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라운 장관은 이번 회의를 통해 아프리카 최빈국들의 부채를 전액 탕감하고 연간 1천억달러의 원조를 제공해 영원히 빈곤을 추방하자고 촉구했으나 원조 증대 방안은 미국의 반대로 채택되지 않았다.

최빈국들이 집중돼 있는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는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 다자 국제금융기구에 약 700억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다.

브라운 장관은 G7 재무장관들의 합의에 따라 이들 다자금융기구가 조만간 개별 최빈국의 금융 여건을 심사한 뒤 구체적인 부채탕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브라운 장관은 또 아프리카 최빈국들에 대한 원조 증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IMF의 `금 보유고'를 활용할 것을 제의했으나 이 역시 미국의 제지로 무산됐다. G7 재무장관 회의 폐막 성명은 IMF가 오는 5월까지 브라운 장관의 제안에 대한 의견을 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G7은 2015년까지 아프리카 빈곤 해결을 약속한 이른바 `밀레니엄개발목표(MDG)'를 이행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라는 압력을 받아 왔다.

브라운 장관은 MDG를 실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아프리카판 마셜플랜'으로 불리는 `국제금융제도(IFF)'의 도입을 제안하고 회원국들의 지지를 촉구해 왔다.

IFF는 최빈국들의 부채를 탕감함과 동시에 부국들의 보증을 토대로 국제자본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해 아프리카 최빈국들에 대한 원조 규모를 현행의 500억달러에서 1천억달러로 배증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브라운 장관의 이 제안은 미국의 반대와 독일, 이탈리아의 미온적 반응으로 회원국들의 승인을 얻는 데 실패했다.

최빈국들에 대한 대규모 원조 증대 방안은 일단 유보하되 100% 부채 탕감을 약속한 `타협안'은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 대통령의 감동적인 호소에 이어 나왔다.

남아공의 영웅 만델라는 86세라는 고령에도 런던을 방문해 G7 재무장관들에게 "빈곤과 싸우는 것은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과 싸우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이 고통을 지속하고 있는 동안 시간을 끌어서는 안된다"며 "당신들은 지금 당장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G7 재무장관들은 쓰나미 피해국의 부채 및 이자 상환을 올 연말까지 유예하기로 합의했으며 유가 안정화 방안, 환율 시스템의 유연화 방안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환율 시스템 유연화 방안 논의는 주로 위안화 절상 필요성과 관련된 것이었으나 이번 회의에 초대된 리뤄구(李若谷) 런민은행 부총재는 "우리는 유연한 환율제도로 가야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지만 아직 어떠한 일정도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브라운 재무장관은 "중국과 환율 유연화 문제를 협의했다"며 "우리는 모두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가지는 역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끝)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