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부시2기 행정부에서 유임이 확정된 지 얼마되지도 않아 사면초가 신세가 됐다. 공화당은 물론 보수진영과 군 등 ‘우군’ 진영에서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럼즈펠드에 대한 비판은 그가 최근 이라크파병 예정 미군들과의 대화에서 보여준 무책임한 태도로 인해 촉발됐다. 그는 당시 병사들이 차량에 장갑장비가 부족한 점을 지적하자 “(현재) 갖고 있는 군대로 전쟁을 하는 것이지, 갖기를 원하는 군대로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대답, 구설에 올랐다.

상원 공화당 대표를 지낸 트렌트 로트 의원은 16일 “나는 그가 군복을 입은 장교들의 말을 충분히 듣지 않고 있다고 본다”며 “나는 내년쯤 그 자리에 변화가 생기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상원 군사위의 수전 콜린스 의원도 이날 “저항세력의 역량에 대한 거듭된 예측실패, 필수적인 군 보호장비 부족, 군병력 확대 기피 등 럼즈펠드 장관의 전쟁 지도력에 대한 우려와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가 하면 대표적인 보수잡지인 위클리 스탠더드의 편집장이자 네오콘의 대변인격인 윌리엄 크리스톨은 15일 워싱턴 포스트지에 ‘우리의 국방장관’이라는 기고를 해 “럼즈펠드의 발언은 오만함과 책임전가 행태가 복합돼 표출된 것으로 정말이지 참아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이어 “럼즈펠드는 부시 대통령이 2기 행정부에 남기고 싶지 않았던 국방장관임에 틀림없다”면서 “미군들은 지금보다 나은 국방장관을 가질 자격이 있다”며 교체를 주장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최근 2주 연속으로 방송에 나와 럼즈펠드 장관이 이라크에 충분한 병력을 배치하지 않는 등의 이유를 들며 “그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럼즈펠드 장관은 (테러에 대한) 범세계적인 이데올로기 투쟁에서 승리하려는 우리의 노력에 있어서 중요한 인물”이라며 두둔했다.

〈워싱턴|정동식특파원〉/  [경향신문 2004.12.17 17:23:15]

출처 :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list.htm?linkid=195&pid=w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