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녀석과 전화로 논쟁을 벌아다가 녀석이 성미를 참지 못하고 전화를 확 끊어버렸다.
녀석은 자기 주장을 펴는데에 있어서 상당히 주관적이다.
객관적 근거나 주변의 사례도 없이 자기 생각에 그러리라 생각되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이게 무언가? 그리고 자기의 주장에 동조할 것을 요구한다. 당연히 난 객관성이 떨어지는 주장이므로 근거나 사례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더니 " 그럼 내가 4천만에게 모두 물어보아야 하는 것이냐? " 라고 오히려 성질을 부리는 것이었다.

녀석은 항상 그래왔다. 말문이 막히면 터무니 없는 억지를 부리기 시작한다. 누가 4천만에게 물어보라고 했는가? 전혀 근거나 사례도 없으니까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정도의 객관적인 근거나 사례를 제시하라는 것인데 왜 갑자기 4천만이 나오는가? 그래서 그의 극단적인 논리를 지적했더니 " 나라는 놈이 원래 이런줄 몰랐냐? " 하고 성을 내더니 전화를 끊어버렸다.  
참으로 무례하고 버르장머리가 없는 녀석이다.

전에도 월드컵을 자기는 안 보았다고 했다. 이유는 월드컵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이 한국팀만 응원하는 편파성이 꼴보기 싫어서 안 보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인들은 수준미달 이라는 것이다. 햐아~~  이 주장을 누가 받아들일 수 있는가? 길가는 누구에게라도 물어보라. 누가 현실성 있는 주장이라고 하겠는가? 그는 이렇게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인 관념에 집착하고 있다. 정 그렇다면 자신이 외국팀을 응원하자는 캠페인을 하던가 서포터즈에 가담을 하면서 그런 비난을 하면 조금 이해가 가겠지만 방구석에만 틀어박혀서 아무런 적극적인 행동도 안하면서 그런 이상론이나 펼치니 얼마나 모순적인 것인가. 이것이 그를 단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례다.

와이프가 그의 비위를 평소에 잘 맞춰준다. 까탈스러우니까 맞춰주는 것이 편하기에 그러는 것이다. 그것이 녀석의 성질이나 버릇을 더욱 악화되게 만든 것 같다. 녀석이 집에 가면 와이프에게 미안해서 더 이상은 갈 수가 없을 정도다. 진짜 옛날 아버지들 세대가 했었던 독재 그 자체다. 요즘 여성들에겐 씨도 안먹히는 행동인데 그 집에선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 와이프가 순해서 그런 것이다. 그런 속에서 사니까 겁없이 자기 성질을 함부로 부리는 것이다.

녀석은 나와는 초등학교 때부터 계속 동창이었다. 그러나 관계는 원만치 못했다. 항상 저런식으로 의견충돌이 있었다. 녀석은 주관성이 강하고 나는 객관성을 중시한다. 양극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그의 주변에는 항상 친구가 없었다. 까다롭고 피곤한 녀석의 주변에 친구가 생길리 만무하다. 그러면서 그는 더욱 친구를 갈망했다. 그런 그를 옆에서 지켜보다가 측은한 마음에 친구를 사귀려면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하라고 조언하면 항상 반발을 한다. 즉, 친구를 사귀려면 좀 참고 손해를 보는듯 해야 한다고 했더니 왜 자기만 참으라는 것이냐 라고 반발을 하는 식이다. 누구나 그 정도는 참는다고 해도 그러면 자기는 친구 없이 살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물론 그후 그는 쭈~욱 혼자였다.

그러다가 순한 와이프와 결혼을 하니 자기 세상을 만난 것이다. 아무리 성질을 부려도 자기 윗사람도 없고 와이프는 순해서 얼마든 시키고 호통도 칠 수도 있으니 자기 기분, 감정대로 하는데에 전혀 꺼리낌이 없는 것이다. 그런 습관이 오늘의 무례함으로 나타난 것이라 볼 수 있다. 사실 난 저러한 자기기분만 중시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저러한 성향은 세상과 어울려 살아가려면 반드시 제어되어야 하는 성향이다. 난 녀석의 그러한 성향을 고치는데 일조하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껏 노력해 왔다. 그러나 오늘 그의 태도를 보고 그의 그런 성향이 불변할 것이란 느낌을 받았다. 이젠 내가 할일이 더 이상 없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가 비록 좁은 우물속으로 자신을 밀어넣는다 하더라도 난 그저 지켜 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지구인들을 바라보는 외계인들의 기분이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답답함이 내가 녀석을 바라보는 것보단 훨씬 더 할 것이지만 차이점은 난 여기서 그를 포기하고 인연을 끊을 것이지만 외계형제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