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연방검사로부터 미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의 이름이 누설된 사건과 관련, 한 시간여 동안 조사를 받았다. 부시 대통령이 취임 이후 형사사건으로 조사를 받기는 처음이라고 AP 통신은 보도했다.

사건조사를 책임진 패트릭 피츠제럴드 연방검사 팀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부시 대통령을 직접 면담했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왜 조사를 받았는지 등 자세한 사항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른바 ‘리크(누설) 게이트’로도 불리는 이 사건은 작년 7월 CIA 비밀정보요원이었던 발레리 플레임의 이름이 칼럼니스트인 로버트 노박의 글에 등장함으로써 시작됐다. 미국법상 비밀정보요원의 이름을 누설하는 것은 연방형법 위반이며 최고 1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 사건이 부시 행정부 전체의 문제로 확대된 것은 사건이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전쟁의 명분 중 하나로 삼았던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발레리 플레임의 남편이자 전직 이라크 주재 미 대사였던 조셉 윌슨은 사건이 시작되기 이전 니제르 현지 조사를 통해 이라크가 니제르로부터 우라늄 구입을 시도했다는 부시 대통령의 2003년 상하원 합동연설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었다. 그의 부인 이름은 그 이후 언론에 노출됐는데, 일부 언론은 부시 행정부의 관리들이 윌슨에게 정치적 보복을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흘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작년 12월부터 시작된 연방검사의 수사로 체니 부통령을 비롯한 백악관과 행정부 고위관리 수십명이 조사를 받았으며, 백악관 전화통화 기록도 제출됐다. 부시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를 넉 달 앞둔 시점에 연방법위반 사건에 연루되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부담일 뿐만 아니라, 조사결과에 따라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예상했다. 윌슨 전 대사는 최근 발간한 책에서 체니 부통령의 비서실장인 루이스 리비가 배후일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백악관은 이를 부인했다.


(워싱턴=허용범특파원 heo@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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