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joins.com/it/200405/26/200405261654484831700073007310.html6월 8일 14시12분부터 19시52분까지 122년 만에 '금성일식'

태양에 풍덩 금성 우주쇼

금성은 초저녁이나 새벽에 빛나는 별이다.하늘에서 태양과 달을 제외하면 가장 밝다. 그런 금성이 6월 8일에는 낮에 검은 모습으로 태양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금성이 태양을 가리는 일식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는 1882년 이후 122년 만에 찾아오는 우주의 진풍경이다.

일부 천문학자들과 우주관측 동호회원들은 금성이 만드는 우주쇼를 잘 보기 위해 관측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미국 등에서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6시간 동안 일어나는 일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측하기 어렵다. 한반도에서 볼 수 있는 시간은 오후 2시12분부터 해가 지는 시각인 오후 7시52분까지다. 물론 그 이후에도 일식이 일어나지만 해가 져 끝까지 보지 못하는 것이다.

금성은 겉보기 크기가 태양의 30분의 1로 일식 중에는 태양 안에 있는 큰 검은 점으로 보인다. 일식은 태양의 옆 중간에서 시작돼 서서히 아랫부분으로 이동하게 된다. 눈이 좋은 사람은 햇빛을 소량만 통과시키는 안경만 끼면 맨눈으로도 볼 수 있다. 금성은 태양에서 수성 다음에 있는 행성이며, 지구에서 가장 가깝다. 크기는 지구의 0.95배. 그 표면은 납도 녹일 만큼 높은 온도인 섭씨 470도다.

금성의 우주쇼가 처음 관측된 것은 1639년.그 이후 1874년과 1882년의 우주쇼는 미국의 작곡가 존 필립 사우사로 하여금 '금성의 성식(星蝕)'이라는 행진곡을 작곡하게 했으며,잡지들은 아이들이 검게 그을린 유리로 태양을 보는 모습을 표지에 싣기도 했다. 그 당시 미국 의회는 8개 관측팀에 약 18만달러를 지원하기도 했다. 그만큼 금성의 우주쇼는 큰 관심을 끌었다.

이번 우주쇼는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의 천문대들이 인터넷으로 생중계할 계획이다. 천문학계는 이번 우주쇼 때 태양 경계에서 일어나는 '검은 방울 효과'를 확실하게 규명할 계획이다. 검은 방울 효과는 태양에 가린 검은색 금성이 물방울처럼 밑으로 처지는 현상이다. 최근에 그런 현상이 지구 대기 탓이라는 이론과, 태양 경계에서 윤곽이 흐려지기 때문이라는 이론 등이 나오기도 했다. NASA는 트래이스 위성으로 빛 왜곡이 얼마만큼 일어나는지 등 이 현상을 확실하게 규명하기 위해 관측에 나선다.

다음 금성의 일식은 8년 뒤인 2012년에 있다. 그 다음은 105년 후에나 다시 일어난다. 이처럼 금성의 일식이 드물게 일어나는 것은 금성의 공전궤도가 지구의 공전궤도에 대해 3.4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관측방법=태양을 맨눈으로 보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셀로판지도 빛을 많이 통과시켜 눈을 상하게 할 우려가 있다. 일식을 보려면 플로피디스크의 속 필름을 이용하거나 태양을 볼 수 있는 특수 안경을 써야 한다. 망원경으로 관측할 때는 태양 필터를 눈쪽이 아닌 바깥쪽 렌즈에 부착해야 한다. 그냥 태양을 보다가는 실명할 수도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b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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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26 16:54 입력 / 2004.05.27 08:31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