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담정>
仁의 실현만이 爲民이요 安民이다-3

도올담정,三峰 정도전 학술회의를 보고

김용옥기자 doholk@munhwa.com ;

삼봉은 말한다: “대저 군주는 국가에 의존하고, 국가는 민(民)에 의존한다. 그러므로 민은 국가의 근본이며 군주의 하늘이다.”(蓋君依於國, 國依於民. 民者, 國之本而君之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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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같은 국민을 정치쇼로 호도

그런데 이 개명한 오늘날 민주적 선거과정에서 한 인간을 지도자로 선출하기 위하여 바로 그 지도자의 하늘(君之天)인 백성을 폭파의 제물로 희생시킬 수도 있다는 가설이 성립한다고 한다면, 이 천인공노할 분노의 가설이 과연 민주적 절차의 한 부분으로 용납될 수 있을 것인가? 과연 삼봉이 구상했던 조선왕조의 정치보다 오늘 우리의 민주체제가 더 진보한 근대적 구상이라고 하는 본질적 근거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최근세사의 왜곡을 바로 잡고 이승만-박정희-전두환시대의 비리를 밝히는 언론의 사명에 충실한 KBS의 공영성이 자당의 판세에 불리하다는 단순한 계산으로 수신료분리징수법안을 내놓고 있는 한나라당이 노대통령의 특검거부를 빌미로 단식투쟁·의원직총사퇴의 강수를 놓고 있다고 한들, 그러한 행위가 우리사회의 근원적 도덕성을 회복시키는데 도움을 주리라고 믿는 사람이 이땅에 과연 몇명이나 될까? 우리 민중은 KAL858기의 실종에 공분을 느낄지언정 이제 더 이상의 정치적 쇼에 속지 않는다.

단식일랑 하루빨리 중단하고 마유미의 진실이나 파헤쳐라 똥을 한홉 먹은 놈이나 열말을 들이킨 놈이나 입에서 쿠린내 나기는 다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국민이 바라는 것은 한홉이든 열말이든 하루빨리 다 게워내고 그 독성을 정화시켜 깨끗한 몸으로 우리민족의 당면한 많은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아니라, 삼봉의 말대로 천지생물지심(天地生物之心)인 인(仁)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 없을 것인가 하는 보편적 기준만이 정치적 판단의 기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삼봉 ‘조선경국전’의 첫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