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khan.co.kr/world/美 ‘지옥수용소’ 해외에 널렸다

이라크의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처럼 미국 정부가 해외에서 불법적으로 운영하는 미공개 수용소 및 감금시설에 9,000명이 넘는 수감자가 수용돼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1일 미 국방부와 정보기관 관리들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나지브 누아이미 전 카타르 법무장관은 “미국에 의해 아랍권의 수용소에 구금된 수용자는 실제 수천명으로 관타나모 수용소 인원보다 더 많다”고 말했다.

신문에 따르면 수용시설은 크게 3가지로 구별된다. 미 국방부가 직접 운영하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관타나모 등지의 대규모 수용소와 미 중앙정보국(CIA) 관할의 소규모의 비밀시설, 그리고 명목상 미국 정보요원 등이 파견돼 이용하는 외국 정보기관 시설이 그것이다. 신문은 미국 외 지역에서 체포된 알 카에다 용의자 가운데 고위급은 CIA 관할시설에 구금, 조사하고 나머지는 외국 정보기관 시설 등지에서 심문한다고 전했다. 일례로 지난해 미군에 의해 체포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현재 바그다드 공항 인근의 CIA 운용시설에 갇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군과 CIA는 2001년 9·11 이후 반테러 활동이라는 명목하에 이들 시설을 가동시켰다. 일부 시설은 쿠바 관타나모 기지만큼 크지만 일부는 컨테이너 박스 정도로 크기는 제각각이다. 지역별로는 미군이 전쟁을 치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카타르에 집중돼 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있는 CIA 운영 심문시설이 ‘지옥’으로 불리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이들 시설 안에서는 무수한 인권유린과 고문이 자행되고 있다.

수감자 신원공개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한 미국이 일반인의 출입과 감시를 제한하고 제네바 협정 등 국제법을 무시하며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CIA 심문시설의 실체는 미 의회 정보위원회 의원들조차 모르는 실정이다. CIA 요원들은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를 방문한 국제적십자 요원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 일부 수감자들의 신원을 숨기고 수용소 내 다른 감방으로 이들을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전직 CIA 요원인 피터 프로스트 등은 미국이 테러 용의자로 지목된 인물 등을 불법 납치, 구금하고 심문하는 것은 이미 수십년 된 관행이며 수감자 학대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라고 고발했다.

〈이상연기자〉   최종 편집: 2004년 05월 12일 18:5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