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joins.com/"물이 연료로 바뀝니다"  맹물사기 들통

"자 보세요. 물이 연료로 바뀌어 탑니다"

2004년 2월말 서울 송파구의 한 에너지업체 사무실. 주부나 노인 20여명이 모여 업체가 발표하는 '놀라운' 기술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기계에 온 정신을 집중한 채 시연회를 지켜봤다.

이 업체의 이모(46) 사장이 높이 1.5m 정도의 2단으로 된 케이크처럼 생긴 길쭉한 원통형 기계에 15분정도 LPG(액화석유가스)로 기계 아랫부분에 불을 붙이자 원통끝에서 빨간 불꽃이 솟아올랐다.

이 사장은 관으로 연결된 연료주입구에 물을 붓고 LPG 공급을 끊자 정말 믿기 어려운 장면이 펼쳐졌다.

꺼져야 할 불꽃이 물만 넣었는데도 계속 활활 타 올랐던 것.

이 사장은 이어 '석유에너지를 대체할 미래형 에너지'를 발명한 자칭 물연료발명가 최모(55)씨를 '박사님' 이라는 호칭과 함께 참가자들에게 소개했다.

이 사장은 최씨가 캐나다의 에너지방면 권위자로부터 추천서를 받은 것은 물론 '세계수소학회'라는 단체에서 물연료를 발명한 공로를 인정받았다는 업적 소개도 잊지 않았다.

최씨는 박사학위가 없었던 것은 물론 학회나 권위자의 추천과 칭찬 모두 속임수였다.

시연회에서 감쪽같이 속은 참가자들은 "획기적인 에너지 개발에 투자하면 1~2개월 안에 수십배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업체의 사탕발림에 마치 '마술피리'에 홀린 사람들처럼 수백만~수천만원의 투자금을 내놓았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결과 이들의 놀라운 기계의 실체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조잡했다.

이들은 바깥 원통안에 구멍이 뚫린 작은 원통을 넣고 그 사이에 알루미늄가루와 폐찌꺼기를 굳힌 고체연료를 넣었다.

LPG로 불을 붙이면 고체연료에 불이 붙어 가스 공급을 끊어도 위로 뚫린 구멍으로 불꽃이 솟아 올랐다.

연료로 바뀐다던 물과는 관계없이 고체연료에 붙은 불은 고체연료가 모두 연소될 때까지 탔지만 참가자들은 물이 연료로 바뀌는 줄 알고 모두 속아 넘어갔다.

이같은 엉성한 사기극에 600여명의 피해자가 생긴 것은 이들이 교인들사이의 신뢰깊은 인간관계를 악용한 것이 원인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 사장은 자신이 다니는 교인들에게 "하나님의 은총으로 획기적인 발명을 했다"며 하나둘 신자들을 모으기 시작해 투자금을 챙겼고 이들 신자들은 다시 다른 신자들을 모아 소개비를 받는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시연회 직전 투자자 신분으로 모인 교인들이 '획기적인 발명'에 감사의 기도를 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어떤 목사는 자신의 교회 신도들을 투자자로 모집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기도 해 교회 분위기까지 엉망이 됐다"며 "신도간의 특수한 인간관계를 이용한 사기행각"이라고 꼬집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한명관)는 29일 이씨와 최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서울=연합뉴스)      .2004.04.29 16:10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