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50)가 집권 6년만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영국 언론들은 이번주로 예정된 고등교육법 개정안 하원 표결과 데이비드 켈리 박사 자살사건 조사결과 발표에 따라 블레어 총리의 정치생명이 좌우될지 모른다고 26일 일제히 보도했다. 먼저 27일 하원 표결에 부쳐지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의 골자는 현재 1,125파운드(2백44만원)로 일률적으로 묶여있는 대학 연간 수업료를 최고 3,000파운드(6백51만원)까지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블레어 총리는 이번 개정안을 영국의 방만한 사회복지 시스템에 시장경제 메커니즘을 도입하기 위한 시금석으로 규정하고 법안 통과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따라서 이 법안이 부결될 경우 그의 지도력은 물론 향후 영국 경제개혁에 미치는 파장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하지만 일간 텔레그래프는 현재 집권노동당 내에서도 법안 부결에 필요한 표보다 5명이 많은 85명 이상의 의원들이 “가난한 학생들의 대학 진학이 막히고 부유층 자녀들만 비싼 명문대로 진학하게 될 것”이라며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주말 블레어 총리가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법안 지지를 호소하는 등 전 각료가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법안 통과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교육법 표결 바로 다음날인 28일에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정보조작 의혹과 관련해 자살한 영국 국방부 무기전문가 데이비드 켈리 박사 사건을 조사해온 허튼 조사위원회가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여간의 조사결과를 발표한다.

지난해 5월 BBC방송이 영국 정부가 이라크의 WMD 정보를 과장했다는 기사를 내보내자 블레어 행정부는 켈리 박사를 기사의 취재원으로 지목하면서 그는 그런 판단을 내릴 만한 자격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허튼 위원회는 블레어 행정부가 당시 BBC를 상대로 완승을 거두기 위해 켈리 박사를 매몰차게 몰아붙여 공무원 보호의무를 등한시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는 정치분석가들의 말을 인용, 블레어 총리가 이번 두 시련에서 목숨을 부지하더라도 조기에 총리직을 내놓아야 할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문영두기자〉

  출처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