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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혁명의 시작 5.16과 책 한 권
(WWW.SURPRISE.OR.KR / 김형민 / 2019-05-17)


우리에게도 5.16이라는 날짜는 기분 좋지 않은 숫자다. 헌데 중국인들에게도 매우 끔찍한 날짜다. 1966년 5월 16일 중국 공산당 당중앙은 ‘5.16통지’를 발하며 문화혁명의 효시를 쏘아 올린다. 그 이후 10여년 중국은 문혁의 소용돌이에 휩쓸린다. 그 문혁의 단면들을 처절하게 밝힌 책이 있어 소개한 적 있는데 다시 읽었다.

<백사람의 십년>

에릭 홉스범이 명명한 대로 ‘극단의 시대’ 20세기는 인류라는 생명체의 다양한 극단을 보여 주었지.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지, 얼마나 바보스러울 수 있는지, 스스로나 지구 별을 얼마나 극단적인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지 등등을 5대양 6대주에 걸쳐 보여 주었던 게 20세기였지. 그 많은 극단들이 내미는 뾰족함들 가운데 오똑하게 솟은 뿔 하나라면 단연 1960년대 중국을 휩쓸었던 문화대혁명일 거야.

문화대혁명에 대해 대충 안다고 생각했다. 아마 너나 우리 친구들 대부분 다 그럴 거야. 영화 <마지막 황제>에서 마지막 황제 푸이를 교화시킨 교도소장이 홍위병들에게 짓밟히고 영화 <패왕별희>에서 경극 배우들이 홍위병들에게 조리돌림 당하는 모습들을 선명히 기억하고 있지 않겠니.

또 유소기나 팽덕회, 등소평 등이 홍위병들에게 어떻게 당했는지도 익히 알고 말이야. 언젠가 작가 이문열이 자신의 극우적 발언에 항의하는 이들을 두고 ‘홍위병’이라고 불렀고, 그 외 우익 매체들이 자신들이 보기에 ‘좌경’인 사람들에게 틈만 나면 이 딱지를 붙여 댔으니 단어 자체도 매우 친숙할 수 밖에 없고.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 ‘대충’이 얼마나 큰 착각인지를 알게 됐어. 문혁은 그저 저 방대한 ‘대륙의 역사’ 속에서 명멸했던 사건들 중 하나를 넘어서서, 전 세계 인류의 1/5을 차지하는 중국인들의 한 세대를 파괴했으며, 세월의 흐름 속에 묻혔을 뿐 제대로 정리되지도, 완벽히 반성되지도, 상처를 치유받지도 못한 인류사적 범죄임을 다시 실감하게 됐다.

책을 읽는 내내 오한이 났어. 책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펼쳐지는 어처구니없어서 더 무서운 지옥도들이 미켈란젤로의 천정화 ‘최후의 심판’처럼 생생하고도 세밀하게 펼쳐진 탓이야.

초등학교라 할 인민학교 교사 한 명은 신경질을 잘 내는 성품 때문에 주위의 미움을 샀고 그 이름도 끔찍한 ‘우파’로 몰린다. 근거는 수업 중 “모택동이 도랑 속에 몸을 숨겨 적들의 추격을 따돌렸다.”는 얘기를 했다는 거였어. 한 학생의 노트에 뙇 적혀 있었거든. “어떻게 우리 모주석님을 도랑에 얼굴 처박고 숨는 이로 묘사할 수 있느냐?”는 게 ‘우파’로 몰아가는 이들의 주장이었어.

이 교사는 어느 책에선가 읽은 대목이라고 항변했는데 도대체 무슨 책인지를 알 수가 없는 거야. ‘증거’가 없으니 그는 그냥 모택동을 도랑에 처박은 ‘우파’가 됐다. 그 아내는 까막눈이었어. 하지만 아내는 남편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글씨가 쓰인 종이란 종이는 죄다 모은다. 글을 아는 사람들에게 읽히며, “모택동 주석이 도랑에 숨었다.”라는 내용이 있는가를 확인하면서. 그렇게 종이를 수북히 모아 보이고 또 보이며 남편의 무죄 증거를 찾으려 했는데 그만 종이에 불이 옮겨 붙어 아이와 함께 타 죽고 말았다지.

이 소식을 들은 남편은 생의 의욕을 잃고 목을 매려고 하는데 끈이 끊겨 떨어지고 말지. 그런데 기적이 일어나. 더듬더듬 눈을 뜬 그 앞에 종이 조각들이 있었고 글쎄 거기에 모택동이 국민당군 추격을 따돌리려고 기지를 발휘해 도랑에 숨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지 뭐야.

그런데 종이 조각으로는 무죄 입증이 안됐어. 8년의 옥살이를 마치고 문혁의 피바람이 잠잠해진 뒤 교사는 여러 사건들의 진상 조사를 하러 온 군인에게 머리를 조아렸지. 천만 다행히도 군인은 그 내용이 어느 책에 나와 있는지를 알고 있었어. 책이 등장하고서야 불행한 교사의 시련은 막을 내렸어.

교사는 군인 조사관에게 그 책을 달라고 했다고 해. 그 책을 불살라 자신을 위해 바보같은 노력을 다하다가 불타 죽어간 아내의 무덤에 뿌렸다지. 이게 이 책의 첫 사연인데 그냥목구멍에 숯덩이 하나가 걸린 채 느릿느릿 돌아가는 느낌이었어.

‘우리 소중한 모택동 주석님’에서 ‘우리 완전소중한 주석님이 도랑에 숨으실 리가 없어’로 연결되고 ‘도랑에 숨었다고 말하는 너는 우파’로 맺어지는 이 망나니 삼단논법이 천 갈래 만 갈래 수십 만 갈래의 사연으로 대륙을 덮었고 군인 조사관의 말대로 “큰 인물들의 누명은 쉽게 해결되지만 일반 인민은 사람을 잘못 만나거나 기회를 얻지 못하면 운명이 트이는 날을 얻지 못하는” 비극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던 거 아니냐.

10억 인류가 사는 나라 중국을 광기와 공포에 빠뜨리고 단죄하고 처벌받게 만드는 ‘근거’들이란 대개 글 한 줄, 말 한 마디, 까마득한 출신 성분, 이웃과의 불화 등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었어. 그러다가 누군가에 좌표(?)가 찍히면 사람들은 몰려들었어. 그리고는 ‘우파사냥’이 시작됐지.

처음에는 인간의 마음이었으나 동참하지 않으면 한패로 몰리리라는 두려움에 싸이고 나중에는 그것도 잊어버린 채 정의감이라는 악마의 뿔을 이마에 세운 괴물들이 돼서. 그 광경을 생생히 증언하는 한 인민.

“한 사내가 가죽 허리띠를 풀어 죄수들의 얼굴을 후려치는데 정말 불쌍했어요.... 하지만 ‘때려’ 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일종의 군중심리를 만들었어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는 앞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어요. 어느새 나도 사람들을 따라 주먹을 휘두르며 때려! 때려! 때려! 소리를 지르고 있었어요.”

때려! 가 지겨워지면 “가죽을 벗겨라” “손가락을 부러뜨려라.” “무슨 년들 목덜미를 물어뜯고 무슨 새끼들 눈알을 터뜨려버려.” 하면서 누군가 열렬히 선동을 했을 것이고 또 그에 따라 군중은 열렬히 움직였겠지. “마오 주석은 천재이고, 마오 주석이 말하는 것은 무엇이든 맞다 (린뱌오)”라고 부르짖으면서 말이야.

이 책 속에서 중국 인민들은 이렇게 항변해. “5천년의 문명이요? 5천년의 문명을 가진 나라가 문혁처럼 야만적이고 황당한 일을 벌인단 말입니까?” 그리고 세월이 흐를 대로 흘러 억만장자가 한국 인구보다 많다는 오늘날의 중국에서조차 문혁의 피해자들은 공포를 버리지 못하고 있더구나.

“2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중국에서 더는 문혁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어요. 혁명 모법 가극이 다시 유행하고 마오 주석을 신처럼 모시는 현상을 보면서 말이죠. 역사를 바로잡지 않으면 문혁은 재연될 수 있습니다.”

역사를 바로잡지 않으면 문혁은 재연된다는 중국인의 말에는 그을음 같은 피 냄새가 난다. 상부의 권력 다툼에 휘말려 한 인생이 계란처럼 부서져 버리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청년이 노인에게 똥물을 먹이는 패륜아의 기억을 평생 간직해야 했던 문혁에 대한 정리와 반성은 아직도 ‘대륙적으로’ 전개되지 않고 있다니 위 말이 어찌 진부한 클리셰에 그칠 수 있겠니.

이 책이 주는 공포는 단지 사안의 끔찍함 때문만은 아니야. 내 두려움은 이게 중국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전제로부터 온다. 5천년 문명 좋아하네! 5천년 문명국에서 어찌 이런 일이!를 절규하는 중국인처럼 “촛불혁명이요? 촛불혁명을 한 나라에서 이런 야만적인 일이 벌어진단 말입니까?”라고 목이 메어 항변할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야.

“역사를 바로잡지 않으면 문혁은 재연될 수 있다.”는 중국인의 절규에 덧대어 말해 보자.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을 잃으면, 아무리 천하 없는 정의와 대의와 진보적 가치라 해도 그를 주장하고 시행하고 추진하는 와중에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인 존엄한 인간에 대한 경의를 잃으면 그 순간 우리는 나름의 ‘문혁’을 경험하게 될 지도 몰라.

저놈들은 나쁜 놈들이고,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는 놈들이라는 생각이 서실에 부합하더라도 그들을 공격하는 방식이 비인간과 몰상식의 포로가 되는 순간, 우리는 그냥 빵떡모자에 인민복 입은 붉은 메뚜기가 되지 않겠니..

이 공포스런 책 중에도, 몇 개의 회오리가 동시에 덮친 듯한 혼란 속에도 인간의 존엄함을 지킨 사람들은 있더구나. 그 중 하나를 소개해 주지. 공안국의 한 심문관 (검사 쯤 될까)은 윤간 혐의로 잡혀 온 사람들을 심문하게 돼. 그런데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증언과 증거를 보고 무죄를 주장하자 상부에서 지시가 내려온다. “혁명 정세상 이미 죄가 결정돼 있다. 맞서지 말고 상부 지시대로 하라.”

그때 이 심문관은 아내에게 “오랫 동안 집에 못들어올 것 같다.”고 하고는 이불을 싸들고 사무실로 간다. 그리고는 도하유인 (刀下留人) 이라는 네 글자를 써놓고 이불 속에 들어가 버렸다고 해. 도하유인이란 참수형에 처해질 사람을 살려 달라고 호소하는 뜻으로 원나라 때 희곡에 등장하는 글귀라고 하네. 바로 반혁명죄로 체포된 심문관은 징역 7년을 선고받아.

나는 그 심문관이 10억 중국인 가운데 가장 훌륭한 공산주의자이자 견결한 혁명가였고 동시에 진정한 ‘인간’이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아. 그런 사람들이 있어서 역사는 결국은 느지막하게나마 굴러가는 것이고,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방향은 올바르게, 속도는 더 빠르게 나아가게 되는 거겠지. 그런 이들이 우리나라에도 많아지기를 바란다.

책을 보면 에피소드 하나 하나마다 그 말미에 굵은 글씨로 저자의 메시지를 새겨 놓았어. 인상 깊은 글귀가 많지만 그 중의 하나가 가슴 속 깊숙이 와 박혔다.

“문혁이 발생한 원인의 절반은 사람들의 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김형민PD (SBS CN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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