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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수련자에 대한 변명
번호 : 963 글쓴이 : 카시우스
조회 : 444 스크랩 : 0 날짜 : 2006.07.10 19:57
오늘 절에서 오랫동안 일해오신 연세드신분과 북한산을 갔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산에서 수행하시는 스님 이야기가 나왔죠. 그분 말슴이 저혼자만 깨달으면 무슨 소용
이야, 산에서 수행하는 시간에 속세에서 중생 한명이라도 구해야지 하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산에서 수행한다고 해서 아무일도 안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정도의 경지에
오르면 제자들을 가르치고 그들을 인도해주죠. 더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그분은 할머니뻘
이라 잘 이해도 못하시고 해서 그만 두었습니다.
무슨일이건 비판이란 꼭 필요한 것이지만 요즈음 들어서 산속수행이나 수련하는 사람들을
현실도피라고 비난하는 것을 보면, 어쩐지 80년대이후 현실참여적인 글을 쓰지 않으면 옳은
문학인이 아니고 서정적인 시나 문학은 진정한 문학이 아닌 현실도피라고 하면서 서정주
시인이나 박목월시인이 폄하되었던 그런 분위기가 생각납니다. 그래서 그시대의 시인이나
소설가들의 작품에는 현실참여와 좌파적 사상이 강박적으로 들어갔고, 그런글을 쓰는 작가들
은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한것처럼 보였죠. 적절치 않은 비유라고 하실진 몰라도
요즈음은 왠지 현실참여라는 말이 어떤 유행을 타고 있다는 생각은 떨쳐버릴수 없습니다.
과연 현실이란 무엇일까요? 세속에서의 갖가지 경험만이 현실일까요? 산속에서의 생활에도
나름대로의 인간관계가 있고 동물들과의 만남도 있고 나름대로의 고뇌도 있겠죠. 만약 영화
매트릭스가 어느정도 세상의 진실을 보여준 것이라면 매트릭스속에서 먹고 자고 직장을
다니고 갖가지 경험을 하는 것이 진짜 현실일까요? 매트릭스를 빠져나와 삭막한 진짜 현실속
에서 살기로 결정한 주인공 네오는 그럼 현실도피자라고 볼수 있을까요? 오감이 인식하는
한정된 공간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현실이란 말을 그리 간단히 정의내릴수는 없다고
봅니다.
세속에서의 생활이란게 만만치 않죠. 특히나 자본주의속에서 살아가려면 돈도 벌어야하고
갖가지 인간관계며 하루에 1,2,시간 집중할수 있는 시간을 갖기도 어려운 현실이라, 공부할
시간을 갖기 위해서 산속수행을 택하는 경우가 많을겁니다. 그리고 산속에서 수행하면서
깨달음을 지키는 사람은 그나름대로 이 사회에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깊은산속에
핀 난이 보이지는 않지만 그 향기는 산밑까지 퍼진다는 어느 선사의 말씀처럼, 세속에 휩쓰
리지 않은채 산속에서 청빈한 삶을 살며 도가 끊어지지 않게 지킨다는 것은 세속에서 봉사하
는 것만큼이나 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성철스님의 깊은 뜻도 거기에 있는 것이고, 그러
한 분들이 있었기에 그 숱한 외래사상과 갖가지 문화의 역사속에서 국선도같은 큰 도도 오
늘날까지 이어져온게 아니겠습니까? 예를 들어 오늘날 불교의 문제는 사회참여의 문제보다도
수행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게 더 문제인것 같습니다. 절은 더 산속 깊이 들어가야한다
는 최인호씨의 말에 저도 동감입니다.
출가를 결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절박한 사연이 있더군요. 성철스님의 회고록
을 보면 배위에서 물에 빠져 자살하려고 하던 찰나에 어떤 불경의 구절이 자신을 살렸다고
하더군요. 성철스님같은 그런 강하신 분도 자살을 결심할만큼의 절박한 사정이 있었고 그런
절박함이 흔들리지 않는 수행을 낳았다고도 볼 수 있더군요. 보통사람들은 죽음에 임박해서
죽음을 고민하지만 사람에 따라서 죽음에 대한 절박함때문에 그 문제를 풀 많은 시간을 갖기
위해 산속 수행을 택하기도 하는데, 어찌 보면 더 현실인식이 투철하다고도 볼수 있겠죠.
그렇다고 세속수련이 산중수련보다 못하다는 건 아닙니다.사람들은 저마다 체질과 성격도 다
르고 고민도 다르기 때문에, 세속에서 수련해도 가능한 사람도 있겠지만 산속 수련을 불가피
하게 택하지 않을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몇십만명중의 한두사람의 산속
수련자가 생긴다고 해서 우리경제가 못살고 우리 이웃이 고통받는것도 아니겠죠. 음악에 소
질있는 사람은 음악을 하고 의사에 소질있는 사람은 의사를 하고 봉사에 보람을 느끼는 사람
은 봉사를 하고, 불가피하게 산속수련을 하게된 사람은 산속수련을 하는 것이 사회를 위해서
도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들이 정신문화를 이어나간다면 세속에서의 봉사만큼이나 가치있
는 일일테니까요. 모든 산들이 세속화되어서 음식점들이 들어서고 차가 다닌다고 생각하면
끔찍하군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청정한 숲과 꽃들, 그런 처녀림이 없다면 사람의 삶은
너무나 삭막할 것입니다. 세속도 필요하지만 그런 원시림과 처녀림, 그리고 깊은 산중에서
도를 이어가고 있는 수행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인간의 삶에 큰 위안과 희망을 준다고
생각됩니다.
=산중 수련을 제안하는 의도가 아닙니다. 누구나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나가자는 바램에서
우리와 다른 삶에 대해 이해를 넒히기 위해서 폄을 합니다.
번호 : 963 글쓴이 : 카시우스
조회 : 444 스크랩 : 0 날짜 : 2006.07.10 19:57
오늘 절에서 오랫동안 일해오신 연세드신분과 북한산을 갔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산에서 수행하시는 스님 이야기가 나왔죠. 그분 말슴이 저혼자만 깨달으면 무슨 소용
이야, 산에서 수행하는 시간에 속세에서 중생 한명이라도 구해야지 하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산에서 수행한다고 해서 아무일도 안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정도의 경지에
오르면 제자들을 가르치고 그들을 인도해주죠. 더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그분은 할머니뻘
이라 잘 이해도 못하시고 해서 그만 두었습니다.
무슨일이건 비판이란 꼭 필요한 것이지만 요즈음 들어서 산속수행이나 수련하는 사람들을
현실도피라고 비난하는 것을 보면, 어쩐지 80년대이후 현실참여적인 글을 쓰지 않으면 옳은
문학인이 아니고 서정적인 시나 문학은 진정한 문학이 아닌 현실도피라고 하면서 서정주
시인이나 박목월시인이 폄하되었던 그런 분위기가 생각납니다. 그래서 그시대의 시인이나
소설가들의 작품에는 현실참여와 좌파적 사상이 강박적으로 들어갔고, 그런글을 쓰는 작가들
은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한것처럼 보였죠. 적절치 않은 비유라고 하실진 몰라도
요즈음은 왠지 현실참여라는 말이 어떤 유행을 타고 있다는 생각은 떨쳐버릴수 없습니다.
과연 현실이란 무엇일까요? 세속에서의 갖가지 경험만이 현실일까요? 산속에서의 생활에도
나름대로의 인간관계가 있고 동물들과의 만남도 있고 나름대로의 고뇌도 있겠죠. 만약 영화
매트릭스가 어느정도 세상의 진실을 보여준 것이라면 매트릭스속에서 먹고 자고 직장을
다니고 갖가지 경험을 하는 것이 진짜 현실일까요? 매트릭스를 빠져나와 삭막한 진짜 현실속
에서 살기로 결정한 주인공 네오는 그럼 현실도피자라고 볼수 있을까요? 오감이 인식하는
한정된 공간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현실이란 말을 그리 간단히 정의내릴수는 없다고
봅니다.
세속에서의 생활이란게 만만치 않죠. 특히나 자본주의속에서 살아가려면 돈도 벌어야하고
갖가지 인간관계며 하루에 1,2,시간 집중할수 있는 시간을 갖기도 어려운 현실이라, 공부할
시간을 갖기 위해서 산속수행을 택하는 경우가 많을겁니다. 그리고 산속에서 수행하면서
깨달음을 지키는 사람은 그나름대로 이 사회에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깊은산속에
핀 난이 보이지는 않지만 그 향기는 산밑까지 퍼진다는 어느 선사의 말씀처럼, 세속에 휩쓰
리지 않은채 산속에서 청빈한 삶을 살며 도가 끊어지지 않게 지킨다는 것은 세속에서 봉사하
는 것만큼이나 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성철스님의 깊은 뜻도 거기에 있는 것이고, 그러
한 분들이 있었기에 그 숱한 외래사상과 갖가지 문화의 역사속에서 국선도같은 큰 도도 오
늘날까지 이어져온게 아니겠습니까? 예를 들어 오늘날 불교의 문제는 사회참여의 문제보다도
수행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게 더 문제인것 같습니다. 절은 더 산속 깊이 들어가야한다
는 최인호씨의 말에 저도 동감입니다.
출가를 결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절박한 사연이 있더군요. 성철스님의 회고록
을 보면 배위에서 물에 빠져 자살하려고 하던 찰나에 어떤 불경의 구절이 자신을 살렸다고
하더군요. 성철스님같은 그런 강하신 분도 자살을 결심할만큼의 절박한 사정이 있었고 그런
절박함이 흔들리지 않는 수행을 낳았다고도 볼 수 있더군요. 보통사람들은 죽음에 임박해서
죽음을 고민하지만 사람에 따라서 죽음에 대한 절박함때문에 그 문제를 풀 많은 시간을 갖기
위해 산속 수행을 택하기도 하는데, 어찌 보면 더 현실인식이 투철하다고도 볼수 있겠죠.
그렇다고 세속수련이 산중수련보다 못하다는 건 아닙니다.사람들은 저마다 체질과 성격도 다
르고 고민도 다르기 때문에, 세속에서 수련해도 가능한 사람도 있겠지만 산속 수련을 불가피
하게 택하지 않을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몇십만명중의 한두사람의 산속
수련자가 생긴다고 해서 우리경제가 못살고 우리 이웃이 고통받는것도 아니겠죠. 음악에 소
질있는 사람은 음악을 하고 의사에 소질있는 사람은 의사를 하고 봉사에 보람을 느끼는 사람
은 봉사를 하고, 불가피하게 산속수련을 하게된 사람은 산속수련을 하는 것이 사회를 위해서
도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들이 정신문화를 이어나간다면 세속에서의 봉사만큼이나 가치있
는 일일테니까요. 모든 산들이 세속화되어서 음식점들이 들어서고 차가 다닌다고 생각하면
끔찍하군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청정한 숲과 꽃들, 그런 처녀림이 없다면 사람의 삶은
너무나 삭막할 것입니다. 세속도 필요하지만 그런 원시림과 처녀림, 그리고 깊은 산중에서
도를 이어가고 있는 수행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인간의 삶에 큰 위안과 희망을 준다고
생각됩니다.
=산중 수련을 제안하는 의도가 아닙니다. 누구나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나가자는 바램에서
우리와 다른 삶에 대해 이해를 넒히기 위해서 폄을 합니다.
김명수
- 2006.07.15
- 13:33:49
- (*.75.107.148)
고수이기에 무간섭 원칙이나, 중도적인 입장인것을 십분 이해합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자유게시판을 살릴 의무와 권리가 회원이라면 , 있읍니다.
세속수련은 고강도 수련이라고 여겼던 내자신의 평소 지론이 산속 수련은 오히려 초보 수행이거나,형식만 가득하다는 편의적인 생각에서 윗글을 되새기기 위함입니다. 무엇이 현실인가? ... 구르지에프가 말한 "제 4의 길"...세속속의 수련은 잘못하면 흐지부지 되는 경향이 있어 요즘 되돌아보고 싶어 평소 반감만 가지던 산속수련에 대한 윗글을 폄했어요.^^
댓글 다신분들께 모두 감사드립니다 . 호우와 장마철에 모두 잘지내시길..
하지만 우리 모두 자유게시판을 살릴 의무와 권리가 회원이라면 , 있읍니다.
세속수련은 고강도 수련이라고 여겼던 내자신의 평소 지론이 산속 수련은 오히려 초보 수행이거나,형식만 가득하다는 편의적인 생각에서 윗글을 되새기기 위함입니다. 무엇이 현실인가? ... 구르지에프가 말한 "제 4의 길"...세속속의 수련은 잘못하면 흐지부지 되는 경향이 있어 요즘 되돌아보고 싶어 평소 반감만 가지던 산속수련에 대한 윗글을 폄했어요.^^
댓글 다신분들께 모두 감사드립니다 . 호우와 장마철에 모두 잘지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