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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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글은 서프라이즈에서 퍼왔습니다.
어떤 시사점을 주는 것 같아서요.
----- 아래 -----
이번 PD수첩 사태의 핵심 오류 중 하나는 다른 모든 분들이 알고 계시듯이 검증능력이 없는 언론사가 과학적 논증의 과제를 쉽게 알고 뛰어들었다는 점이겠죠. 많은 분들이 도대체 피디수첩이 왜 그런 망신을 자초하고 우리나라 과학계의 국제 신인도를 추락시키는 행태를 저질렀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 배후가 도대체 뭐냐? 고 궁금해 하시고 있어서 그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아보았습니다.
다른 국외 언론으로부터 제로 크레디터빌리티라는 모욕을 듣고도 '우리는 사이언스가 하지 않은 검증을 최초로 시도했다'는 망발을 해서 거꾸로 사이언스측을 모욕적으로 취급하는 멍청한 짓을 PD수첩측이 해놓고도 그들이 사태파악을 못하는 이유는, 그들이 과학에 무지해서가 아니라 더 근본적 이유가 있는데요... 다들 짐작하시겠지만 역시 그 민노단스러운 교조주의가 개입된 정치적 입지 때문입니다.
진보누리, 민노당 홈페이지에 가보면 MBC사과방송 후에도 명백히 견지하고 있는 그 교조주의 진보파 입장이 아시다시피 '그래도 진위는 안 가려진거 아니냐~ 취재윤리상 잘못은 했어도 그래도 가짜일 수도 있다~' 입니다.
이 교조주의자들의 생각은 '여성인권론'+'매판자본논리'+'생태론'이 결합되어 있습니다. 러프하게 말하자면 '제국주의가 배아복제줄기세포같은 첨단 과학 연구를 후원함으로써 무병장수하고픈 부자들이 가난한 제3세계 여성의 난자를 사들이게 된다' 는게 반대론자의 가장 핵심에 자리 잡은 논리입니다.
그리고 그 비근한 예로 글리벡 특허 이야기를 끄집어 가져다 붙입니다. 특허권을 인정한 결과 한 알에 십수만 원 넘게 뭐 책정되어 가난한 사람과 제3세계 절대빈곤 국가에서는 그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나름대로는 좀 인본주의적인 발상이기도 하지만, 이런 교조주의 좌파들의 '절대평등추구'는 정말 못 말릴 지경이죠.
그쪽 진영은 경쟁과 자본주의 원리에 따른 기술과 사회의 발전을 절대 부정하는 입장입니다. 자신들의 주장에 반하는 주장은 일단 매판론, 제국주의론으로 취급합니다. 유물론에 입각한 전통적 사회주의 좌파에서 조금 분화된 이쪽은 생태주의 좌파라고 보시면 됩니다. 서프 컬럼니스트인 진중권씨도 약간은 그쪽을 좋아하는 입장이라고 보입니다.
아시겠지만 이 잘나신 분들은 너무 잘나서 이번 피디수첩 사태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 과학적으로 반론하려는 시도를 한 것 뿐이죠. 진짜 문제는 그들이 정작 과학에 대한 관심은 쥐뿔만큼도 없으면서 그쪽 진영의 사회학적 목표 - 배아줄기세포연구로 인한 불평등의 심화 - 를 막겠다면서 과학이란 무기를 쓰겠다고 작심한 게 비극이라고나 할까요.
여러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과학계도 사실 축소된 인간사회이며 그 세계 안에서도 정치는 온존합니다.
우리나라의 과학계는 그간 몇몇 우수한 과학자를 배출하긴 했어도 과학계열 노벨상 하나 못 탔을 정도로 국제적으로는 과학분야의 변방국임에 반해, 현재 과학계의 연구체계인 대학교육, 석박사제도, 논문제도 등은 중세 서구 르네상스가 시작된 이래 5백년 가까운 역사가 있습니다.
그래서 활자 인쇄술이 발명되기도 전부터 내려오던 오랜 과학연구체계에서는 근대 언론(즉 신문)이 발명되면서 언론계와 과학계간의 관계가 지금 우리나라에서 일고 있는 언론검증 논란같은 것이 초기에 있었다가도 곧 정립이 되어서 서로 약간은 이용하지만 전적으로 상대방의 분야에 끼어들지 않는 불문률이 꽤 일찍 성립하였습니다.
사실은 많은 유명한 서구의 과학자들도 초기에 언론의 속성을 모르고 친하게 지내다가 곤경에 처한 적이 꽤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성 이론이 처음 나왔을 때 언론에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는 사람은 전 세계 3명도 안 된다' 는 식으로 기자들이 기사를 멋대로 써대고 그 대상으로 에딩턴이라는 영국 물리학자가 지목되어서, 기자가 에딩턴을 찾아가서 '그 말이 진짭니까' 라고 물어봤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그때 에딩턴경(영국인임)은 그게 사실이 아닌 걸 알면서도 그런 기자들에게 그게 사실이 아니고 이미 많은 과학자가 이해하고 있다고 정직하게 대답해주지 않고 농담으로 '그 말을 들으니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는 (아인시타인과 나를 제외한) 세번째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지오' 라고 받아치는 식으로 언론을 경원시합니다.
요새들어 갑자기 많이 유명해진 리처드 파인먼이라는 미국 물리학자분의 경우 그 자서전을 보다 보면 타임지 기자가 찾아와서 표지에 실어주겠다는 제안을 하길래 사진 포즈를 취해줬다고 동료 물리학자 (머레이 겔만이었던가?)에게 말해줬더니 깜짝 놀라면서 '일반언론에 직접 나서다니, 학계에서 매장당하구 싶어?' 라고 핀잔을 들었다 합니다.
요즘의 추세는 서구의 학자들도 대 언론 스킬을 익혀서 연구비 조성을 위해 언론을 적절히 이용하는 것을 용인하는 쪽으로 가고는 있지만 학계의 전통은 아무래도 '학자는 연구성과로만 인정받아야 한다'는 보수파(내지 전통파)가 대다수인 거죠.
제 생각엔 황우석 교수님이나 안규리 교수님의 경우 세계적 언론의 대대적 주목을 받은 건 2-3년도 안된 근래의 일이고 (그전에는 국내 언론이 스타로 만들어줬지만) 그 이전까지는 한국 언론의 도움을 받기만 했다고 생각해 언론의 선정주의적 본성을 경계하는 서구의 자연과학 학계의 상식을 잘 모르셨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피츠버그대 갔다 오시면서 안교수님이 그러셨다면서요.
'피디수첩에 배양접시를 줘서 국제 학계의 상식도 모르는 웃음거리가 되버렸다' 고요. 사실 피디수첩은 황우석 교수를 끌어내리고, 학계에서 매장하는 게 목표인 만큼 그런 '국제 학계의 상식'같은 건 절대 인정하지 않습니다.
피디수첩-민노 연합의 목표는 원래 정치적인 이슈인 '배아줄기세포 연구 중단'에 있는 거고요, 황우석 죽이기가 그것을 달성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생각되었기에 과학계의 상식에 동의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이번에 MBC의 일부항복(취재윤리문제) 를 불러온 YTN의 김선종 연구원의 인터뷰 방송의 경우 제 생각엔 아마도 황교수님쪽에서 (안교수님이 결정하고 행동한 것 같지만) 먼저 사이언스측에 MBC측의 행태에 대한 도움을 요청한 결과 그 해법으로 경쟁 관계에 있는 언론사를 이용해 협박사실을 이용하라는 조언을 받았을 걸로 생각합니다.
물론 위 내용은 제 추측이고 별반 증거는 없는 내용입니다만, 과학정치적 문제는 사이언스가 훨씬 더 전문가죠. 왜냐하면 과학계도 과학자들끼리의 정치가 장난이 아니거든요 ^^ 물론 과학계의 가장 큰 권위는 연구성과(contribution)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정치력이 없으면 그나마 낸 성과도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생전에 성공한(즉 인정을 받은) 많은 서구 과학자들은 연구력과 정치력을 겸비한 사람이 많죠. 정치력 없는 과학자는 죽고 나서야 사후에 논문 재발견으로 유명해진 경우도 많으니...
2차검증같은 건 아무리 민노단과 피디수첩, 엠비씨가 떠들어봐도 황교수님 측에서 절대 안 할 겁니다. 지금 내세우는 '피디수첩 검증력 못 믿겠다'는 것은 일부만 사실입니다... 사실 황교수님의 배아줄기세포를 검증할만한 권위자는 국내에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백수십개의 난자를 확보할 능력이 되어야 재연검증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DNA일치 어쩌고는 아무리 해봐야 곁다리고, 진짜 검증은 결국 황우석 교수님이 확립한 방법으로 체세포 핵을 넣은 난자가 줄기세포로 분화해야 가능한 거거든요.
사실 DNA가 일치해봐야 어차피 처음부터 정치적인 목적으로 가짜라고 주장한 만큼 일치한 세포가 환자의 성체줄기세포를 배양한 것이 아니란 증거가 없다는 식으로 어거지를 쓰면 그때는 또 대응논리가 서질 않죠.
그래서 새튼같은 영장류(원숭이)복제 전문가가 그 분야의 검증 있는 권위자로 중요한 겁니다. 인간으로 실험하는 것은 발목이 잡혀 있어도 원숭이는 인간이 아니니까 얼마든지 재연실험이 가능하죠.
박을순 연구원이 개발한 방법을 박을순 연구원이 새튼 연구실에서 적용해서 원숭이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낸 것으로 사실 검증은 끝난 겁니다. 황우석 교수님의 일거수 일투족에 세계 언론이 주목하는 것은 황교수님의 업적이 'major contribution'급이 아니고 'breakthrough'급입니다.
사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로는 배아로 줄기세포를 만들어냈다는 건 엄청난 시간과 노동력을 동원한 반복실험으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기 위한 조건을 밝혀낸 것으로 봅니다. 그 와중에 칭송받는 것은 기초 조건만 가지고는 그냥 무식한 반복(brute force method)로 똑같은 실험을 10년을 반복해야 결과를 알 수 있는 연구를 몇몇 가지 창의적 기법을 써서 시간을 단축하는 게 핵심인 것입니다.
하지만 그 뒤에 숨은 분자생물학적 메카니즘을 어떤 천재적 발상으로 밝혀내진 않은 것입니다. 해당 논문을 읽어봐도 체세포 핵이 들어간 난자가 분열을 시작하게끔 마치 수정란처럼 착각하게끔 교묘하게 환경을 만들었다는 점을 기술한 것이 핵심논지이고 그 와중에 창의적인 새로운 기법들이 동원은 되었지만, 정확하게 메카니즘이 규명이 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우석 교수님의 연구성과가 엄청나게 중요한 이유는 '지식이 부족해 그동안 전혀 불가능하던 일'을 비록 성공확률이 높지 않지만 '어떤 조건 아래서는 가능하다' 는 선례를 만들어 관련 연구자들에게 연구 기반을 제공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향후 그 생리학적 메카니즘을 밝혀내는 것은 황교수님 팀일 수도 있고 다른 외국 연구진일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이런 생명공학 분야에서는 진짜 황교수님 연구처럼 눈감고 바늘찾기같은 식의 연구가 무척 자연스러운 분야입니다. 요새처럼 유전자 넣으면 서열 만들어주는 기계 나오기 전에는 무슨 질병 유발 유전자 하나 찾으려면 한 10년 동안 그 유전자가 있을 거 같은 염색체를 수십세대에 걸쳐 변형시켜가면서 위치를 찾아내는 식으로...)
말씀드리다 보니 얘기가 연구 관련한 곁다리로 많이 샜는데요. 사실 그런 실험의 속성 때문에 국내에서는 아마 황교수님의 연구 결과를 재연할만한 시설이나 인력은 없을 겁니다. 그래서 애초부터 검증을 사이언스가 추천한 리뷰어로부터 검증받은 거구... 사실 진짜 과학계의 검증은 이미 끝나 있는 겁니다.
황우석 교수님 팀의 논문이 이론논문이 아니라 실험논문이기 대문에 재연만 가능한 것으로 밝혀지면 자연스럽게 실험논문은 그걸로 검증이 되는 것이고, 그건 이미 새튼팀이 박을순 연구원을 데려다가 원숭이의 난자로 원숭이의 체세포 복제 분화를 시킴으로서 황교수님이 breakthrough를 제시했다는 사실이 완전히 인정을 받은 것이기 때문이죠.
앞으로도 엠비씨, 피디수첩은 과학계의 검증검증 노래를 부를게 뻔한데 그건 검증이 마치 안된 것처럼 대중을 오도하며 세뇌하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황교수님 팀도 아직까지 대 언론스킬에서는 좀 아마추어같습니다... '재검증 응하지 않는다' 고 표현하시면 진짜 검증이 안된 것처럼 왜곡하는 피디수첩의 농간에 말려넘어가는것일 뿐인데 말입니다.
아마 제 생각엔, 엠비씨와 피디수첩은 '검증은 과학계의 몫' 이라고 얼른 꼬리잘라버리고 몇 달 뒤에도 이 일을 다 잊었을 때 누가 '검증 어떻게 되었냐' 하고 물어보면 그때까지도 '국내에서 아직 다 검증에 나서지 않아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고 할게 뻔합니다.
국내 연구진이 황우석 교수팀 말고는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유일무이한데...당사자가 추가연구를 내놓은들 의혹 대상으로 만들어 놓은 후이니 무효라고 계속 외치겠죠. 그런 얕은 수를 부리려고 저렇게 버팅기고 있는 것이므로, 재연검증이 실제로 된다고 해도 그 다음엔 다른 방식으로 황교수님 팀에 대한 훼방공작에 들어갈 겁니다.
한 마디로, 민노계열 진보연합은 과학적 진실을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왜곡하려고 들고 있는 건데, 결과론적으로 허위주장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성공을 거두진 못해도 연구의 진척을 막는 식으로 학계에 타격을 입히는 것이 지금 피디수첩측의 본질적 목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들에게는 안타깝게도 대중(또는 네티즌?) 은 그렇게까지 조작될 정도로 무지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각종 정치 이슈로 단련된 서프라이즈에서는 말이죠.
지금까지도 피디수첩 측의 주장을 옹호하고, 엠비씨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인사들의 경우도 끝까지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모드로 계속 갈 겁니다.
인간을 수단화시키는 것이 교조주의자들의 전형적 수법임을 생각해본다면, 비열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과학자 죽이기에 성공만 한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해낼 수 있는 자들이기에, 그리 틀린 예측으로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어떤 시사점을 주는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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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PD수첩 사태의 핵심 오류 중 하나는 다른 모든 분들이 알고 계시듯이 검증능력이 없는 언론사가 과학적 논증의 과제를 쉽게 알고 뛰어들었다는 점이겠죠. 많은 분들이 도대체 피디수첩이 왜 그런 망신을 자초하고 우리나라 과학계의 국제 신인도를 추락시키는 행태를 저질렀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 배후가 도대체 뭐냐? 고 궁금해 하시고 있어서 그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아보았습니다.
다른 국외 언론으로부터 제로 크레디터빌리티라는 모욕을 듣고도 '우리는 사이언스가 하지 않은 검증을 최초로 시도했다'는 망발을 해서 거꾸로 사이언스측을 모욕적으로 취급하는 멍청한 짓을 PD수첩측이 해놓고도 그들이 사태파악을 못하는 이유는, 그들이 과학에 무지해서가 아니라 더 근본적 이유가 있는데요... 다들 짐작하시겠지만 역시 그 민노단스러운 교조주의가 개입된 정치적 입지 때문입니다.
진보누리, 민노당 홈페이지에 가보면 MBC사과방송 후에도 명백히 견지하고 있는 그 교조주의 진보파 입장이 아시다시피 '그래도 진위는 안 가려진거 아니냐~ 취재윤리상 잘못은 했어도 그래도 가짜일 수도 있다~' 입니다.
이 교조주의자들의 생각은 '여성인권론'+'매판자본논리'+'생태론'이 결합되어 있습니다. 러프하게 말하자면 '제국주의가 배아복제줄기세포같은 첨단 과학 연구를 후원함으로써 무병장수하고픈 부자들이 가난한 제3세계 여성의 난자를 사들이게 된다' 는게 반대론자의 가장 핵심에 자리 잡은 논리입니다.
그리고 그 비근한 예로 글리벡 특허 이야기를 끄집어 가져다 붙입니다. 특허권을 인정한 결과 한 알에 십수만 원 넘게 뭐 책정되어 가난한 사람과 제3세계 절대빈곤 국가에서는 그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나름대로는 좀 인본주의적인 발상이기도 하지만, 이런 교조주의 좌파들의 '절대평등추구'는 정말 못 말릴 지경이죠.
그쪽 진영은 경쟁과 자본주의 원리에 따른 기술과 사회의 발전을 절대 부정하는 입장입니다. 자신들의 주장에 반하는 주장은 일단 매판론, 제국주의론으로 취급합니다. 유물론에 입각한 전통적 사회주의 좌파에서 조금 분화된 이쪽은 생태주의 좌파라고 보시면 됩니다. 서프 컬럼니스트인 진중권씨도 약간은 그쪽을 좋아하는 입장이라고 보입니다.
아시겠지만 이 잘나신 분들은 너무 잘나서 이번 피디수첩 사태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 과학적으로 반론하려는 시도를 한 것 뿐이죠. 진짜 문제는 그들이 정작 과학에 대한 관심은 쥐뿔만큼도 없으면서 그쪽 진영의 사회학적 목표 - 배아줄기세포연구로 인한 불평등의 심화 - 를 막겠다면서 과학이란 무기를 쓰겠다고 작심한 게 비극이라고나 할까요.
여러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과학계도 사실 축소된 인간사회이며 그 세계 안에서도 정치는 온존합니다.
우리나라의 과학계는 그간 몇몇 우수한 과학자를 배출하긴 했어도 과학계열 노벨상 하나 못 탔을 정도로 국제적으로는 과학분야의 변방국임에 반해, 현재 과학계의 연구체계인 대학교육, 석박사제도, 논문제도 등은 중세 서구 르네상스가 시작된 이래 5백년 가까운 역사가 있습니다.
그래서 활자 인쇄술이 발명되기도 전부터 내려오던 오랜 과학연구체계에서는 근대 언론(즉 신문)이 발명되면서 언론계와 과학계간의 관계가 지금 우리나라에서 일고 있는 언론검증 논란같은 것이 초기에 있었다가도 곧 정립이 되어서 서로 약간은 이용하지만 전적으로 상대방의 분야에 끼어들지 않는 불문률이 꽤 일찍 성립하였습니다.
사실은 많은 유명한 서구의 과학자들도 초기에 언론의 속성을 모르고 친하게 지내다가 곤경에 처한 적이 꽤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성 이론이 처음 나왔을 때 언론에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는 사람은 전 세계 3명도 안 된다' 는 식으로 기자들이 기사를 멋대로 써대고 그 대상으로 에딩턴이라는 영국 물리학자가 지목되어서, 기자가 에딩턴을 찾아가서 '그 말이 진짭니까' 라고 물어봤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그때 에딩턴경(영국인임)은 그게 사실이 아닌 걸 알면서도 그런 기자들에게 그게 사실이 아니고 이미 많은 과학자가 이해하고 있다고 정직하게 대답해주지 않고 농담으로 '그 말을 들으니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는 (아인시타인과 나를 제외한) 세번째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지오' 라고 받아치는 식으로 언론을 경원시합니다.
요새들어 갑자기 많이 유명해진 리처드 파인먼이라는 미국 물리학자분의 경우 그 자서전을 보다 보면 타임지 기자가 찾아와서 표지에 실어주겠다는 제안을 하길래 사진 포즈를 취해줬다고 동료 물리학자 (머레이 겔만이었던가?)에게 말해줬더니 깜짝 놀라면서 '일반언론에 직접 나서다니, 학계에서 매장당하구 싶어?' 라고 핀잔을 들었다 합니다.
요즘의 추세는 서구의 학자들도 대 언론 스킬을 익혀서 연구비 조성을 위해 언론을 적절히 이용하는 것을 용인하는 쪽으로 가고는 있지만 학계의 전통은 아무래도 '학자는 연구성과로만 인정받아야 한다'는 보수파(내지 전통파)가 대다수인 거죠.
제 생각엔 황우석 교수님이나 안규리 교수님의 경우 세계적 언론의 대대적 주목을 받은 건 2-3년도 안된 근래의 일이고 (그전에는 국내 언론이 스타로 만들어줬지만) 그 이전까지는 한국 언론의 도움을 받기만 했다고 생각해 언론의 선정주의적 본성을 경계하는 서구의 자연과학 학계의 상식을 잘 모르셨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피츠버그대 갔다 오시면서 안교수님이 그러셨다면서요.
'피디수첩에 배양접시를 줘서 국제 학계의 상식도 모르는 웃음거리가 되버렸다' 고요. 사실 피디수첩은 황우석 교수를 끌어내리고, 학계에서 매장하는 게 목표인 만큼 그런 '국제 학계의 상식'같은 건 절대 인정하지 않습니다.
피디수첩-민노 연합의 목표는 원래 정치적인 이슈인 '배아줄기세포 연구 중단'에 있는 거고요, 황우석 죽이기가 그것을 달성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생각되었기에 과학계의 상식에 동의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이번에 MBC의 일부항복(취재윤리문제) 를 불러온 YTN의 김선종 연구원의 인터뷰 방송의 경우 제 생각엔 아마도 황교수님쪽에서 (안교수님이 결정하고 행동한 것 같지만) 먼저 사이언스측에 MBC측의 행태에 대한 도움을 요청한 결과 그 해법으로 경쟁 관계에 있는 언론사를 이용해 협박사실을 이용하라는 조언을 받았을 걸로 생각합니다.
물론 위 내용은 제 추측이고 별반 증거는 없는 내용입니다만, 과학정치적 문제는 사이언스가 훨씬 더 전문가죠. 왜냐하면 과학계도 과학자들끼리의 정치가 장난이 아니거든요 ^^ 물론 과학계의 가장 큰 권위는 연구성과(contribution)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정치력이 없으면 그나마 낸 성과도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생전에 성공한(즉 인정을 받은) 많은 서구 과학자들은 연구력과 정치력을 겸비한 사람이 많죠. 정치력 없는 과학자는 죽고 나서야 사후에 논문 재발견으로 유명해진 경우도 많으니...
2차검증같은 건 아무리 민노단과 피디수첩, 엠비씨가 떠들어봐도 황교수님 측에서 절대 안 할 겁니다. 지금 내세우는 '피디수첩 검증력 못 믿겠다'는 것은 일부만 사실입니다... 사실 황교수님의 배아줄기세포를 검증할만한 권위자는 국내에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백수십개의 난자를 확보할 능력이 되어야 재연검증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DNA일치 어쩌고는 아무리 해봐야 곁다리고, 진짜 검증은 결국 황우석 교수님이 확립한 방법으로 체세포 핵을 넣은 난자가 줄기세포로 분화해야 가능한 거거든요.
사실 DNA가 일치해봐야 어차피 처음부터 정치적인 목적으로 가짜라고 주장한 만큼 일치한 세포가 환자의 성체줄기세포를 배양한 것이 아니란 증거가 없다는 식으로 어거지를 쓰면 그때는 또 대응논리가 서질 않죠.
그래서 새튼같은 영장류(원숭이)복제 전문가가 그 분야의 검증 있는 권위자로 중요한 겁니다. 인간으로 실험하는 것은 발목이 잡혀 있어도 원숭이는 인간이 아니니까 얼마든지 재연실험이 가능하죠.
박을순 연구원이 개발한 방법을 박을순 연구원이 새튼 연구실에서 적용해서 원숭이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낸 것으로 사실 검증은 끝난 겁니다. 황우석 교수님의 일거수 일투족에 세계 언론이 주목하는 것은 황교수님의 업적이 'major contribution'급이 아니고 'breakthrough'급입니다.
사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로는 배아로 줄기세포를 만들어냈다는 건 엄청난 시간과 노동력을 동원한 반복실험으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기 위한 조건을 밝혀낸 것으로 봅니다. 그 와중에 칭송받는 것은 기초 조건만 가지고는 그냥 무식한 반복(brute force method)로 똑같은 실험을 10년을 반복해야 결과를 알 수 있는 연구를 몇몇 가지 창의적 기법을 써서 시간을 단축하는 게 핵심인 것입니다.
하지만 그 뒤에 숨은 분자생물학적 메카니즘을 어떤 천재적 발상으로 밝혀내진 않은 것입니다. 해당 논문을 읽어봐도 체세포 핵이 들어간 난자가 분열을 시작하게끔 마치 수정란처럼 착각하게끔 교묘하게 환경을 만들었다는 점을 기술한 것이 핵심논지이고 그 와중에 창의적인 새로운 기법들이 동원은 되었지만, 정확하게 메카니즘이 규명이 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우석 교수님의 연구성과가 엄청나게 중요한 이유는 '지식이 부족해 그동안 전혀 불가능하던 일'을 비록 성공확률이 높지 않지만 '어떤 조건 아래서는 가능하다' 는 선례를 만들어 관련 연구자들에게 연구 기반을 제공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향후 그 생리학적 메카니즘을 밝혀내는 것은 황교수님 팀일 수도 있고 다른 외국 연구진일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이런 생명공학 분야에서는 진짜 황교수님 연구처럼 눈감고 바늘찾기같은 식의 연구가 무척 자연스러운 분야입니다. 요새처럼 유전자 넣으면 서열 만들어주는 기계 나오기 전에는 무슨 질병 유발 유전자 하나 찾으려면 한 10년 동안 그 유전자가 있을 거 같은 염색체를 수십세대에 걸쳐 변형시켜가면서 위치를 찾아내는 식으로...)
말씀드리다 보니 얘기가 연구 관련한 곁다리로 많이 샜는데요. 사실 그런 실험의 속성 때문에 국내에서는 아마 황교수님의 연구 결과를 재연할만한 시설이나 인력은 없을 겁니다. 그래서 애초부터 검증을 사이언스가 추천한 리뷰어로부터 검증받은 거구... 사실 진짜 과학계의 검증은 이미 끝나 있는 겁니다.
황우석 교수님 팀의 논문이 이론논문이 아니라 실험논문이기 대문에 재연만 가능한 것으로 밝혀지면 자연스럽게 실험논문은 그걸로 검증이 되는 것이고, 그건 이미 새튼팀이 박을순 연구원을 데려다가 원숭이의 난자로 원숭이의 체세포 복제 분화를 시킴으로서 황교수님이 breakthrough를 제시했다는 사실이 완전히 인정을 받은 것이기 때문이죠.
앞으로도 엠비씨, 피디수첩은 과학계의 검증검증 노래를 부를게 뻔한데 그건 검증이 마치 안된 것처럼 대중을 오도하며 세뇌하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황교수님 팀도 아직까지 대 언론스킬에서는 좀 아마추어같습니다... '재검증 응하지 않는다' 고 표현하시면 진짜 검증이 안된 것처럼 왜곡하는 피디수첩의 농간에 말려넘어가는것일 뿐인데 말입니다.
아마 제 생각엔, 엠비씨와 피디수첩은 '검증은 과학계의 몫' 이라고 얼른 꼬리잘라버리고 몇 달 뒤에도 이 일을 다 잊었을 때 누가 '검증 어떻게 되었냐' 하고 물어보면 그때까지도 '국내에서 아직 다 검증에 나서지 않아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고 할게 뻔합니다.
국내 연구진이 황우석 교수팀 말고는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유일무이한데...당사자가 추가연구를 내놓은들 의혹 대상으로 만들어 놓은 후이니 무효라고 계속 외치겠죠. 그런 얕은 수를 부리려고 저렇게 버팅기고 있는 것이므로, 재연검증이 실제로 된다고 해도 그 다음엔 다른 방식으로 황교수님 팀에 대한 훼방공작에 들어갈 겁니다.
한 마디로, 민노계열 진보연합은 과학적 진실을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왜곡하려고 들고 있는 건데, 결과론적으로 허위주장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성공을 거두진 못해도 연구의 진척을 막는 식으로 학계에 타격을 입히는 것이 지금 피디수첩측의 본질적 목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들에게는 안타깝게도 대중(또는 네티즌?) 은 그렇게까지 조작될 정도로 무지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각종 정치 이슈로 단련된 서프라이즈에서는 말이죠.
지금까지도 피디수첩 측의 주장을 옹호하고, 엠비씨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인사들의 경우도 끝까지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모드로 계속 갈 겁니다.
인간을 수단화시키는 것이 교조주의자들의 전형적 수법임을 생각해본다면, 비열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과학자 죽이기에 성공만 한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해낼 수 있는 자들이기에, 그리 틀린 예측으로 생각되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