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타'와 '말춤'에는 '마고'와 '동이'가 들어 있다
지난달 세계 3대국제영화제 중의 하나인 베니스영화제에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영예의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그리고 이번엔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이란 노래로 전 세계 수십개국에서 인기챠트 1위를 달리고 있다.
대장금과 겨울연가를 시작으로 K-POP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대중문화가 전 세계를 풍미한 끝에, 결국 영화와 노래에서 최고의 정상자리에 오른 것이다.
물론 한국에는 음악, 무용, 미술, 문학 등 고전에서 현대까지 전통과 외래를 총망라하여 모든 쟝르의 문화예술이 용광로처럼 살아 숨 쉬고 있다. 영화와 연극, 뮤지컬, 대중가요 분야에도 기라성같은 실력자들이 즐비하고, 자라나는 세대들의 열정을 볼 때, 앞으로 더욱 다양하고 수준 높은 작품들이 계속 나오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김기덕과 싸이의 경우는 일반의 예상을 깨고 나온 경우로, 여기엔 우리가 깊이 생각해 볼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그동안 많은 감독들이 최고의 기량과 치밀한 준비로 제작한 영화들이 국내외에서 흥행몰이를 하며 여러 국제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왔고, 솔로 및 그룹으로 철저하게 훈련된 가수들이 많은 나라에서 한류열풍을 일으켜 오고 있는데, 정작 그 중에 최고상과 최고순위는 사람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김기덕과 싸이에게 주어졌다.
김기덕 감독은 학교공부는 물론 영화수업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으로, 그야말로 밑바닥과 변두리를 배회하는 낙오자 인생을 살면서 자신의 생각을 영화에 담아 왔고, 싸이는 정형화된 기획과 유행에 편승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만의 구상과 제작으로, 생동하는 공연 그 자체를 즐겨 온 사람이다.
두 사람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성공이나 명예에 목매달지 않고, 진솔하게 자신의 일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순수성과 진정성을 가지고 하다 보니 남다른 영감이 살아 있을 수밖에 없고, 마음을 비우고 영감이 살아 있다보니 자신들도 모르는 영적인 메시지까지 담기게 되는 것이다.
예술 분야에서의 대상이나 일등은 다른 분야에서의 그것과는 좀 다르다. 조직적인 준비와 훈련으로는 이등이나 삼등은 할 수 있을지언정, 대상은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특별한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순수성과 진정성과 영감과 메시지가 살아 있는... 그러면서도 재미있는...
김기덕과 싸이는 외모부터가 전혀 가식이 없다. 순한국 토종 중에서서도 상토종들이다. 그야말로 조금도 가공되지 않은 생 '날것'들이다. 감독이야 배우가 아니니 그럴 수도 있다 치고, 가수는 외모가 거의 필수적인 직업인데, 싸이의 경우는 얼굴로 보나 몸매로 보나 영 아니다. 아마 그래서 딴 생각 없이 창작과 공연 그 자체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는 이전부터 그가 만들어 온 영화들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누가 알아 주건 안 알아 주건 자신만의 생각과 영감으로, 오로지 치열한 주제의식만으로 만든 영화들로, 많은 매니아들로부터 사랑받으면서도 상영관으로부터는 여전히 외면당해 온... 하지만 동시에 해외에서는 두루 높은 평가를 받아 온...
그런데 이번엔 최고대상을 받아버렸다. 상의 높이로 따진다면, 그간 국내의 내로라 하는 감독들을 뛰어넘은 서열 1위의 최고명장에 오른 것이다. 그것도 순한국적인 내용만으로 작품을 만들어 온 사람이...
더구나 이번 작품엔 시대적인 전환기에 처한 인류의 '구원문제'까지 담겨 있다. 작금의 세계는 신자유주의란 이름으로 무한경쟁에 내몰리고 있으며, 국제금융이란 탐욕의 손길이 세계인의 삶을 쥐락펴락하고 있는데, 이미 유수의 석학들은 자본주의의 붕괴를 예고하고 있으며, 많은 예언가들도 구시대가 막바지에 이르렀고 곧 새 시대로 넘어갈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다. 그러면서 새 시대는 '음'의 시대, '모성'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지금까지가 분열과 전쟁의 '부성시대'였다면, 앞으로는 통합과 사랑의 '모성시대' 또는 적어도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는 시대가 오게 될 것인데, 영화 피에타의 주제가 바로 그것이다.
피에타에는 구시대의 비판과 새 시대의 도래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고, 그 해결책을 '모성'에서 찾은 것인데, 이는 바로 우리 민족의 오랜 역사에 면면히 이어온 '마고사상'에 다름 아니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세상을 구원하리라... '모성'으로 세상를 다시 하나로 수렴하리라... 피에타에는 김기덕 감독이 알고 했건 모르고 했건, 지구어머니 가이아=마고성모=마고할미=삼신할미께서 강림해 있는 것이다.
그러니 최고대상을 받을 수밖에...
이젠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들어보자. 듣고 또 들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뉴욕에서도, 런던에서도, 미국대통령 후보도, 사관생도들도..., 온 세상의 방송과 인터넷이 속수무책으로 싸이의 노래에 점령당하고 있다. 그것도 순한국어로 된 노래 내용 그대로...
물론 싸이의 노래는 우아한 고전음악도 아니고, 그윽한 감상곡도 아니다. 그야말로 '노는 음악'이다. 대중가요 중에서도 더욱 '놀자판 음악'이다. 그런데 그 놀자판 음악이 전 세계를 열광시키며 화끈하게 놀게 만들었다.
한국인은 원래부터 가무에 능하고 가무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한국에는 사물놀이와 농악처럼 엄청나게 빠른 음악과, 아악이나 시조, 궁중무용, 살풀이처럼 엄청나게 느린 음악까지 매우 다양한 쟝르의 노래와 춤이 있고, 악기들도 그만큼 다양하여 고저장단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 거기다 풍부한 어휘와 함께 세계 어느 나라 말도 발음할 수 있는 최첨단 미래형 언어인 '한글'을 사용해 왔으니, 언어를 통해 더욱 풍부하고 세련되고 오묘해진 감성은 어느 나라 사람들도 도저히 따라올 수 없을 정도다.
시조나 아악은 마음을 가라앉히는 음악으로, 아악의 경우는 임금의 마음을 다스릴 정도이니 다시말해 최고의 '명상음악'이고, 사물놀이나 농악은 반대로 흥을 돋구는 최고의 '노는 음악'이다. 최고의 감상음악에서 최고의 즐기는 음악까지 오랜 옛날부터 이미 한국에 다 있는 것이다.
싸이의 음악은 바로 이 놀자판음악의 유전자가 현대적인 스타일로 다시 부활한 것이다.
한류음악의 특성을 세가지로 요약하면, '역동성'과 '창조성'과 '신명성'이다. '역동성'은 말 그대로 힘과 율동이 넘치는 것이고, '창조성'은 스스로 자신의 흥과 감상을 나타낼 줄 아는 것이고, '신명성'은 몸만이 아니라 영혼까지 움직일 정도로 깊고도 진한 그 무엇을 말한다.
싸이의 음악엔 이 세가지가 다 들어 있다. '역동성'으로 치자면 그 옛날 만주, 시베리아, 몽골의 광야, 나아가 전 세계를 무대로 말을 달렸던 기마민족인 '동이족' 고유의 기상이 깔려 있고(몽골 현지의 말춤과 비슷하다는 말도 들린다), '창조성'으로 보면 남 흉내내지 않고 흥에 겨워 절로 나오던 사물놀이, 농악, 각설이타령의 리듬이 흐르고 있고, '신명성'으로 보자면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네 시골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굿판' -신명까지 움직이는 소리이니 얼마나 중독성이 강한가- 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정도다.
역동성, 창조성, 신명성은 모두 동이민족 특유의 기질인데, 본인이 알고 했건 모르고 했건 싸이의 음악에는 다 들어 있는 것이다. 말춤에는 선정성 이전에 사실은 광야를 달리던 기마민족의 '말달림코드'와 굿판의 '무당춤코드'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전 세계 놀자판이 들썩일 수밖에...
암튼 이번에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와 싸이의 말춤이 세계최고의 대상을 받고, 온 세상 스트레스를 화끈하게 날려버리는 것을 보면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결국 가장 세계적인 것임을, 가장 앞서가는 것임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강남스타일'의 한 대목...
"근육보다 사상이 울퉁불퉁한 사나이... 그런 사나이... "
이건 영락없이 신명계의 메시지가 싸이라는 '채널러'를 통해 흘러나오는 소리다.
물질문화의 시대로부터 정신문화의 시대로!
서구에서 동양으로!
대중문화 속에서 '마고의식'과 '동이유전자'가 부활하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 이제는 가장 한국적인 '사상', 가장 한국적인'정신문화' 역시 가장 세계적이고 가장 앞선 것임이 밝혀질 날도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강 병 천
출처: http://cafe.daum.net/sinmunmyung/hNoN/144 (빛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