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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밀레르빠 부처의 수련 이야기(5)

【정견망 2001년 1월 1일】

위지(衛地)의 아동거다(俄東去多)와 그의 식솔들이 많은 공양품을 가지고 ‘희금강(喜金剛)’ 관정(灌顶)을 요청했다. 사모님은 나에게 ‘마르파는 돈만 밝히는 구나! 너와 같은 고행자에게는 법을 전수하지 않는구나. 내 너를 위해 방법을 생각해서 어쨌든 네가 관정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 너는 먼저 이 공양을 가져가서 요청하거라. 만약 법을 전수하지 않는다면, 내가 다시 너를 위해 요청하겠다.’라고 하시면서 자신의 속옷에서 용(龍)모양의 홍보석(紅寶石)을 꺼내 내게 주셨다.

나는 선명한 빛을 발하는 이 보석을 지니고 불당에 들어가 상사(上師)에게 예배드리고 홍보석을 바치며 말씀드렸다. ‘이번 관정에는 어쨌든 어르신께서 자비를 베푸시어 제게 전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을 마치며 수법좌(受法座)에 앉았다.

상사는 홍보석을 이리저리 보시다가 ‘대력아, 이것은 어디서 난 것이냐?’

‘이것은 사모님께서 주신 것입니다.’

상사는 미소를 띠며 ‘달미마(達媚瑪)를 불러 오너라!’라고 하셨다.

사모님이 오시자, 상사는 ‘달미마! 이 홍보석은 어디서 난 것이오?’

사모님은 머리를 조아리고 또 조아리면서 전전긍긍하며 말했다. ‘이 홍보석은 원래 상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부모님께서 나를 시집보낼 때 저에게 ‘상인(上人)의 성격이 좋지 못한 것 같으니, 만약 이후 생활이 어려워져 돈이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보석을 주셨고, 다른 사람에게는 보여주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저의 비밀 재산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 제자가 너무나 불쌍해서 이 보석을 그에게 주었습니다. 청컨대 상사께서는 제발 이 보석을 받으시고 은혜를 베풀어 대력에게 관정을 전수해 주시기 바랍니다. 종전에 몇 차례 관정할 때 그를 쫓아내어, 그를 매우 실망스럽게 했습니다. 이번에는 제발 어바(俄巴)라마와 많은 제자들도 저를 도와 함께 상사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을 마치며, 절을 하고 또 절했다.

그러나 상사의 얼굴에 노기를 띠자, 어바 라마와 다른 사람들은 감히 한 마디도 꺼내지 못했으며 단지 아내와 함께 상사에게 예를 올리고 요청했다. 상사는 ‘달미마! 이렇게 일을 엉망으로 만들고, 이 좋은 보석을 다른 사람에게 주다니. 흥!’이라고 말하며 보석을 머리에 달고는 말했다. ‘달미마! 당신이 틀렸소! 당신의 것은 전부 내 것이오. 이 보석 역시 내 것이오! 대력아! 네가 재산이 있다면 가져와라, 내 너에게 관정을 해주겠다! 하지만 이 보석은 내 것이니 너의 공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사모님께서 분명 여러 차례 보석을 공양한 까닭을 설명할 것이고, 모두들 나를 위해 요청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여전히 기다리면서 뻔뻔하게 가지 않았다.

상사는 대노하여 자리에서 뛰어 내려와 크게 욕을 하시며 ‘꺼지라고 했는데, 꺼지지 않은 이유가 뭐냐?’ 라고 말하며 발로 나를 마구 찼다. 머리가 땅에 닿았을 때, 그는 발로 내 머리를 밟았는데 해질녘처럼 어두컴컴했다. 다시 발로 나를 차서 머리가 갑자기 위로 향했을 때, 하늘이 갑자기 밝아지는 것처럼 별이 반짝였다. 마구 발길질을 하고 난 후, 다시 채찍을 들고 나를 한바탕 때렸다. 어바 라마가 달려와 상사를 만류할 때, 상사의 모습은 정말이지 너무나 무서웠다. 대청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그의 분노와 위세는 그야말로 최고조에 달했다!

나는 고통 이외에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면 차라리 자살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막 통곡을 하고 있을 때, 사모님은 눈물 가득 찬 눈으로 나를 위로하시며 ‘대력아! 상심하지 말거라! 너보다 훌륭한 제자는 세상에 찾을 수 없단다. 만약 네가 다른 라마를 찾아가고 싶다면, 내 너에게 소개해주마. 법을 배우는 비용과 상사에게 드릴 공양도 내가 너에게 줄 것이다!’라고 하셨다. 관례에 따르면, 사모님은 반드시 회공륜(會供輪)에 참가해야 한다. 그러나 내가 밤새 울던 그 날, 사모님 역시 밤새도록 나와 함께 계셨다.

이튿날 아침, 상사는 사람을 보내 나를 불렀다. 나는 법을 전수하시려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기쁘게 다시 달려갔다. 상사는 ‘어제 너에게 관정을 해주지 않아서, 마음이 좋지 않느냐? 나쁜 생각이 들었느냐?’하고 물으셨다.

나는 ‘상사께 대한 저의 신심(信心)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이것은 제 죄가 너무나 큰 까닭이라고 생각해왔지만 그래도 상심이 매우 큽니다.’ 나는 울면서 말씀드렸다. 상사는 ‘내 앞에서 울면서 참회하지 않는 것은 무슨 이치냐! 꺼져버려라!’라고 말했다.

나온 후 나는 마치 정신병에 걸린 것처럼 마음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나는 마음속으로 ‘정말로 이상하다! 내가 죄를 지을 때는 학비도 있었고 공양도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법을 배울 때는 학비도 없고 공양도 없어 이렇게 가난한 꼴이 되었는가. 죄를 지을 때 절반 정도의 금전만 있다면 관정과 구결을 얻을 수 있을 텐데. 지금 상사께서는 공양물이 없으면 나에게 구결을 전수해주지 않을 것이다. 사방을 다녀 봐도 공양물이 없는데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재산이 없으면 법을 구할 수 없고, 법을 얻지 못한 몸으로 죄업을 쌓는 것은 자살하는 것만 못하지 않은가? 아! 도대체 어떻게 해야 좋은가? 이리저리 터무니없는 생각을 한 끝에 내린 결론은, 재산을 구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돈 많은 부자의 하인 노릇을 하며 돈을 모아 법을 구하는 재물로 삼는 게 좋을까? 아니면 악한 일(惡事)을 행해 주술을 걸어 돈을 벌까? 아니면 차라리 고향에 돌아가는 것이 나을까! 어머니를 뵙는다면 얼마나 기쁠까! 고향에 돌아가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돈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 어쨌든 법을 구하는 것도, 재산을 구하는 것도, 모두 구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므로, 여기에 있는 것이 방법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떠나기로 결정했다. 또한 상사의 물건을 조금이라도 가져가면, 맞고 욕을 먹는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음식은 조금도 챙기지 않았고 다만 나의 서적들만 챙겨서 나왔다.

길을 가면서 사모님의 은덕(恩德)이 생각나서 마음이 너무나 괴로웠다. 내가 찰융(紮絨)을 떠난 지 반나절 되었을 때 이미 정오가 지나 점심 때가 되었다. 나는 약간의 참파를 구걸해서 먹었다. 다시 인가에 가서 솥을 하나 빌려 집밖 초원에서 불을 피워 물을 끓여 마셨다. 한나절이 지나자, 나는 상사가 있던 곳에서 했던 일이 비록 절반은 상사를 섬기기 위한 것이었지만, 절반은 또한 나 자신의 밥을 먹는 품삯이었다고 생각하며 마음속에 있는 정신적 양식, 사모님의 자애(慈愛)가 있었다고 스스로 위안을 얻었다. 사모님은 나에게 이렇게 잘해 주셨지만, 오늘 아침 나는 사모님께 작별 인사 한 마디 없이 나왔는데 이런 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 스스로 이렇게 생각하며,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돌아갈 용기가 없었다.

물 끓이던 솥은 돌려주려고 할 때, 그 집 주인 영감이 나에게 말했다. ‘보아하니 나이가 창창한데, 무슨 일을 못해서 밥을 구걸하는가? 글을 안다면 사람을 대신해 경을 읽어줄 수 있고, 글을 모르면 일을 해서 그럭저럭 의식(衣食)을 해결할 수 있다네! 여보게! 젊은이, 글을 아는가? 경을 읽을 수 있는가?’

‘제가 비록 경을 자주 읽지는 않지만 읽을 수는 있습니다!’

‘그럼, 정말 잘됐군. 나는 마침 경을 읽어 줄 사람을 구하고 있었는데, 당신이 나에게 5~6일간 경을 읽어주시오! 내가 공양을 드릴테니!’

나는 기뻐하며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노인의 집에서 《반야8천송(般若八千頌)》을 읽었다. 경(經)중에는 상제보살(常啼菩薩)의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었다. 그 상제보살은 나처럼 가난했지만, 법을 구하기 위해 생명도 불사했다. 사람들은 심장을 도려내면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는 법을 구하기 위해 의연하게 심장을 도려냈다. 나와 비교해 볼 때, 나의 이 약간의 고생은 정말이지 고행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상사가 법을 전하는 것도 법을 전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사모님께서 나에게 다른 라마를 소개해 주시겠다고 하시지 않았는가? 이렇게 생각하자 나는 다시 되돌아갔다.

한편 상사가 계신 곳에서는 내가 떠나고 난 후 사모님께서 상사에게 말했다. ‘당신은 천하에 둘도 없는 원수를 내쫓았구려! 그가 여기에 없으니, 당신은 아주 기쁘시겠어요!’

마르파 상사는 ‘누구를 말하는 것이요?’라고 물었다.

‘당신 아직 모르셨어요? 바로 당신이 원수처럼 대하면서 오로지 고생만 시키는 대력 말이에요!’

상사는 이 말을 듣고 나서, 안색이 바로 창백하게 변하더니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합장하고 기도를 했다. ‘구수전승(口授傳承)의 역대 상사시여! 공행(空行) 및 호법신(護法神)이여! 숙선(宿善)의 훌륭한 그 제자가 돌아오게 해 주십시오!’라고 말을 마치고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없으셨다.

내가 돌아간 후 먼저 사모님께 정례를 올리자, 사모님은 매우 기뻐하시며 말했다. ‘아! 이제야 마음이 놓이는 구나. 상사께서는 이번에 아마도 너에게 법을 전수해 주실 것이다. 내가 그에게 네가 떠났다고 말했을 때. 그 노인네가 ‘숙선(宿善)의 훌륭한 제자를 되돌려 보내주십시오!’라고 외쳤고, 눈물까지 흘렸단다! 대력아! 너는 이미 상사의 자비심을 끌어냈다!’

나는 마음속으로 이것은 단지 사모님께서 나를 위로하기 위해 하신 말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정말로 눈물을 흘리고, 또 나를 ‘숙선’이라고 불렀다면 분명 나의 태도에 만족하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단지 ‘그를 불러와라, 그러나 관정과 구결은 주지 않겠다.’라고 한다면 이 ‘숙선’이라는 것도 최하의 것이다. 내가 만약 다른 곳에 가지 않는다면, 고통은 또 나에게 닥칠 것이다!

이렇게 혼자서 몰래 생각하고 있을 때, 사모님께서 상사에게 알렸다. ‘대력은 우리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가 다시 돌아왔어요. 그를 불러 정례를 하도록 할까요!’

마르파 상사는 말했다. ‘흥! 그가 우리를 버린 것이 아니라 그는 자신을 버리지 않은 것이다!’

내가 정례를 하러 갔을 때, 상사는 말했다. ‘조급해 하지 말고 허튼 생각도 하지 말아라. 네가 만약 지극한 마음으로 법을 구한다면 마땅히 법을 위해 목숨까지도 버려야 한다. 가서 나를 대신해 3층 건물을 짓거라. 다 지으면 너에게 관정을 주겠다. 내 양식도 부족하니 헛되이 먹일 수는 없다. 만약 마음속으로 감당하지 못하겠고,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

나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나왔다.

나는 사모님이 계신 곳으로 뛰어가 말씀드렸다. ‘저는 어머님이 몹시 그립고, 상사께서는 여전히 저에게 법을 전수해주려 하지 않으십니다. 그분은 여전히 건물을 지으면 법을 전수하겠다고 하십니다. 그러나 건물을 다 짓고 나면 결코 법을 전수해 주지 않고 때리고 욕만 할 것입니다. 저는 고향에 돌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상사와 사모님 두 분께서 평안 무사하시고, 만사형통하시길 바랍니다.’라고 말을 마치고 짐을 꾸려 떠날 채비를 했다.

사모님은 ‘대력아! 네 말이 옳다. 내 너를 도와 좋은 상사를 찾아 주겠다. 어바(俄巴) 라마는 상사의 대 제자로, 그도 구결을 얻었다. 내가 방법을 생각해서 그가 있는 곳에서 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해주마. 일단 서둘지 말고, 잠시 며칠만 머무르거라.’ 그래서 나는 가지 않았다.

지존대범학자(至尊大梵學者) 나로파 상사는 매달 초열흘에 커다란 회공륜[會供輪, 회공륜이란 매달 한 차례 열리는 집회로, 밀승(密乘) 수행자들은 이 집회에서 제불(諸佛)에게 공양하며, 의궤(儀軌)를 낭송한다.]을 거행한다. 이 규범을 계승하여, 마르파 상사 역시 항상 매달 초열흘에 회공(會供)을 행했다. 그날 역시 초열흘로, 관례에 따라 회공륜을 열었다. 사모님은 커다란 보리 한 자루로 세 종류의 술을 빚으셨다. 하나는 농주(濃酒, 도수가 높은 술)고, 하나는 도수가 낮은 술, 그리고 다른 하나는 중간 도수의 술이었다. 사모님은 상사에게 농주를 드시길 청했고, 나머지 라마에게는 중간 도수의 술을, 나와 사모님은 도수가 낮은 술을 마셨고, 게다가 허세를 부리며 술을 많이 권했다. 그날 술을 많이 권했기 때문에 라마들은 모두 술에 취했다. 상사 역시 술에 취했다.

상사가 취기가 올라 몽롱해졌을 때, 사모님은 몰래 상사의 침실에 들어가 상사의 손에 들고 다니는 작은 상자에서 상사의 도장과 인장 그리고 나로파 상사의 신장엄(身莊嚴, 신장엄이란 상사의 몸에 사용하는 장식물이다)및 홍보석 도장을 꺼냈다. 사모님은 이미 준비해둔 가짜 편지를 꺼내 몰래 상사의 도장을 찍고, 도장을 몰래 다시 원래 상자 안에 넣어 두었다. 가짜 편지, 홍보석, 그리고 신장엄을 아름다운 천으로 싸서 밀봉하여 나에게 주셨다. 나에게 ‘이것이 상사가 너에게 어바 라마에게 드릴 공양으로 주었다고 말해라. 지금 너는 빨리 어바 라마가 있는 곳으로 가거라.’고 하셨다.

나는 사모님께 머리를 숙여 절을 하고 편지를 지니고 위지로 출발했다. 이틀이 지난 후, 상사는 사모님께 물었다. ‘지금 대력은 무슨 일을 하고 있지?’

‘그는 떠났어요! 다른 것은 저도 몰라요!’

‘어디로 갔단 말이요?’

‘그렇게 고생해서 집을 지었는데, 당신은 법을 전수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때리고 욕했잖아요. 그는 가버렸어요. 다른 상사를 찾아 떠났어요. 원래 당신에게 알리려고 했지만, 당신이 때릴까 봐 두려워서 감히 떠난다고 말할 수 없었어요. 어쨌든 나도 그를 말릴 수 없었어요.’

사모님이 말을 하시자, 마르파 상사의 얼굴이 곧 창백해져서 물었다. ‘언제 떠났소?’

‘어제 떠났어요!’

상사는 잠자코 한참을 생각하시다 ‘내 제자는 멀리 가지 못했을 거야!’라고 말했다.

내가 위지 공경산(孔慶山)에 도착했을 때, 어바 상사는 마침 수많은 제자들에게 ‘희금강본속(喜金剛本續)’을 강의하고 계셨다. 마침 ‘설법은 나의 법이고 또한 나이며, 법을 듣는 모든 중생 또한 나이다. 나는 세계의 주로 성취되었다. 세출과 세간 또한 나를 위한 것이고, 나는 날 때부터 환희하고 대자재하다.(說法是我法亦我,聽法諸眾亦是我,我為成就世界主;世出世間亦為我,我即俱生歡喜大自在」’는 대목을 강의하고 있었다.

여기까지 설명했을 때, 나는 먼 곳에서 어바 상사께 예를 올렸다. 상사는 모자를 벗고 답례하며 말했다. ‘이것은 마르파 상사에게 제자들이 예배하는 자세이다. 법을 닦은 연기(缘起)가 아주 좋구나. 장래에 이 사람은 일체 법의 왕으로 수련성취 될 것이다. 너희들이 가서 누군지 한번 보거라.’ 한 비구가 나를 보러 나왔는데, 그는 원래 나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아! 원래 당신이셨군요! 당신이 왜 이곳으로 오셨어요?’

나는 그에게 ‘마르파 상사가 매우 바쁘시기 때문에 나에게 법을 전할 시간이 없다. 그래서 이곳에 와서 법을 청하는 것이다. 마르파 상사는 나에게 나로파 상사님의 신장엄과 홍보석 인장을 가져가 법을 구하는 증거로 삼으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 비구는 달려가서 어바 상사에게 말했다. ‘대력이 왔습니다!’ 그리고는 또 다시 일일이 내가 한 말을 옮겼다.

어바 상사는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상사 나로파의 신장엄과 옥인(玉印)을 이곳으로 가져오다니, 정말이지 우담바라가 피는 것처럼 희유한 일이며, 불가사의하구나! 우리는 마땅히 공경하며 영접해야 한다. 지금 잠시 설법을 중단할 테니 너희들은 빨리 경내로 가서 화개(華蓋), 승당(勝幢), 장엄(莊嚴), 악구(樂具) 등을 꺼내 오거라. 그리고 대력을 밖에서 잠시 기다리게 하여라.’

그 비구는 나를 잠시 밖에 기다리게 했다. 나중에 내가 정례를 한 그 곳을 ‘예배강(禮拜崗)’이라고 불렀다.

잠시 후, 화개보당(華蓋寶幢)과 음악이 합주되는 성대한 환영식 가운데, 대중들이 나를 둘러싸고 대전으로 들어갔다. 나는 정례(頂禮)를 마치고, 예물을 공양했다. 어바 상사는 눈물을 흘리면서 신장엄을 머리에 꽂았다. 가지해주십사 기도를 드린 후, 단성(壇城)의 중앙에 놓고는 다시 각종 수승하고 오묘한 물건들을 둘러싸고 공양했다. 그리고 난 후 내가 가져온 서신을 열어보았다. 편지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어바 법신금강(俄巴法身金剛)은 내가 마침 폐관(閉關) 입정(入定)에 들어가, 대력을 가르칠 틈이 없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그곳에 보내 네게 법을 구하게 하였다. 너는 마땅히 관정과 구결을 주어라. 나로파 대사님의 신장엄과 홍보석을 인가의 징표로 선사한다.’

어바 라마는 편지를 읽고 나서 나에게 말했다. ‘이는 상사의 명령이니, 관정과 구결은 어쨌든 너에게 전수해 주겠다. 나는 오래 전부터 너에게 이곳에서 법을 배우게 하고 싶었다. 이번에 네가 스스로 왔으니 정말로 상사의 은혜로구나.’ 여기까지 말하고, 갑자기 잠시 멈춘 뒤에 다시 말했다.

‘아! 대력아! 생각났다! 아융(雅絨), 흡항(恰抗), 타개통(打開通) 이런 지역들은 항상 많은 라마들이 이곳에 배우러 온다. 그러나 다야파(多雅波) 지방의 몹쓸 녀석들이 늘 내게 공양하지 못하게 방해를 한다. 네가 먼저 그들에게 우박폭풍을 내리면 내 너에게 관정과 구결을 전수해주겠다.’

나는 마음속으로 깜짝 놀라서 생각했다. ‘나는 그야말로 깊은 죄악에 빠진 사람이로구나! 어디를가든지 갈 때마다 악을 행해야 하는구나! 내가 여기에 온 것은 우박 폭풍으로 사람을 해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법을 배우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오자마자 죄를 범해야 하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만약 우박 폭풍을 내리지 않는다면, 상사의 뜻을 위배하는 것으로 법을 구할 수 없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만약 정말로 우박 폭풍을 내린다면 또 다시 죄를 범하는 것이다. 아! 사부님의 분부에 따라 다시 우박 폭풍을 내리게 하는 수밖에 없겠구나!’

나는 할 수 없이 단지 수법(修法)에 쓸 재료를 준비해 진언(真言)으로 가지(加持)한 후 다야파 마을로 가져갔다. 수법을 마친 후 우박 폭풍이 내렸을 때, 우박 폭풍을 피하기 위해 나는 서둘러 한 노파의 집을 찾아가 머물렀다. 삽시간에 하늘에 번개와 천둥이 교차하며 검은 구름이 잇달아 몰려왔다. 커다란 우박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한 차례 작은 우박이 내릴 때 노파는 울면서 말했다. ‘하늘이시여! 우박이 제 보리를 망치면 앞으로 저는 무엇으로 살아갑니까!’

노파의 말에 나는 다시 마음속으로 고민이 일어났다. ‘아! 나는 정말로 너무나도 큰 죄를 저지른 사람이구나!’ 그리고 노파에게 말했다. ‘할머니, 당신의 밭이 어디에 있습니까? 어떤 모양입니까? 빨리 그림을 그려 주세요!’ 노파는 말했다. ‘우리 밭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그리고는 긴 입술 모양의 삼각형을 그렸다. 나는 즉시 ‘지시인(指示印)’을 접고, 솥뚜껑을 그 삼각형 그림 위에 놓았다. 노파의 밭은 이 때문에 보전될 수 있었고, 우박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 그러나 아주 작은 모퉁이는 잘 덮지 않았기 때문에 그곳의 수확은 커다란 폭풍우가 불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잠시 후에 우박 폭풍이 멈추자, 나는 밖에 나가 살펴봤다. 두 마을의 산 위에 대홍수가 일어나 모든 밭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휩쓸어 갔다. 다만 노파의 밭만이 아무런 손해를 입지 않았고, 보리 이삭은 여전히 무럭무럭 자랐다. 이상하게도, 이후에 우박 폭풍이 불 때도, 이 밭은 항상 우박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 노파는 또한 돈을 들여 라마를 청해 우박 방지 수법을 할 필요가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두 명의 늙은 양치기를 만났는데, 그들의 소와 양도 큰 물에 휩쓸려갔다. 나는 그들에게 ‘앞으로 다시는 어바 라마의 제자들을 약탈하지 마라. 만약 다시 약탈한다면 또 우박폭풍을 내리게 할 것이다!’고 말했다.

나의 이 위협을 받고, 과연 이 두 지방 사람들은 더 이상 감히 약탈하지 않았고, 아울러 서서히 어바 상사에 대한 믿음이 생겨 공경했으며 어바 상사의 시주로 변했다.

나는 가시덤불이 가득한 초원에서 우박을 맞아 죽은 많은 작은 새와 들쥐의 사체를 모았다. 나는 옷으로 이 사체들을 잘 싸서 한 자루에 가득 담아 등에 지고 돌아왔다. 사당으로 돌아오는 길에 상사를 뵙고, 나는 이 한 무더기 새와 동물의 사체를 상사 앞에 놓고 말했다. ‘상사 어르신! 저는 정법(正法)을 구하기 위해 왔거늘, 또 다시 악업을 행했습니다. 상사께서는 자비를 베푸시어 이 대 죄인을 굽어 살피소서!’라고 말하며 탄식하며 통곡했다.

어바 상사는 매우 평온하게 말했다. ‘대력아! 두려워할 필요 없다. 나로파, 매기파(梅紀巴)의 법통 가지(法统加持)는 대 죄인의 법성(法性)을 청정하게 만들어 제도하여 해탈할 수 있게 한단다. 내게는 한순간에 수백 마리 새와 짐승들을 구도할 수 있는 구결이 있다! 이번에 우박 폭풍으로 죽은 모든 중생들은, 미래에 네가 성불(成佛) 할 때 너의 정토(淨土)에 왕생하여 법을 들을 수 있는 첫 번째 중생이 될 것이다. 이 중생들이 왕생하기 전에 나의 능력으로 삼악도(역주: 6도 중에서 지옥, 축생, 아귀를 말함. 좋지 않은 곳에 환생하는 것을 의미한다.)에 떨어지지 않게 할 수 있다. 만약 네가 믿지 못하겠다면 보거라!’

상사가 잠시 조용히 생각에 잠기자, 삽시간에 모든 새와 짐승의 사체가 깨어나서 살아나서 움직이며 걸어갈 것은 걸어가고, 날아갈 것은 날아가 모두 도망가 버렸다.

나는 이렇게 드물고 기이하며 수승(殊勝)한 진실한 도행(道行)을 보고, 마음속으로 무한한 환희와 부러움이 생겼으며 당시 너무 적게 죽인 것을 뼈저리게 뉘우쳤다. 그렇지 않았다면 보다 많은 중생을 제도할 수 있었을 것이 아닌가!

그래서 어바 라마는 나에게 법을 전수했다. 희금강의 단성(壇城)에서 대관정(大灌頂)과 구결을 얻었다.

나는 한 오래된 암굴(崖洞)을 찾았다. 암굴의 입구는 남쪽을 향해 있었고, 동굴 입구 쪽에서 상사의 집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암굴을 대충 손질하여, 동굴 안에서 상사가 전해준 법에 대하여 정진사유(精進思維)했다. 그러나 마르파 상사가 인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록 노력하고 연습하긴 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어느 날, 어바 상사가 와서 물었다. ‘대력아! 너는 일찍이 이러 이러한 깨달음을 얻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되었느냐?’

‘저는 아무런 깨달음도 얻지 못했습니다!’

‘뭐라고? 뭐라고 말했지? 나의 이 법통(法統)을 전승하는 데서는 만약 계율을 범하지 않았다면, 각수증해(覺受證解)의 공덕이 성취되지 않는 것이 없다. 더군다나 너는 또한 나를 믿고 여기에 온 것인데!’

상사는 한참을 깊이 생각하고 나서 마치 혼잣말을 하듯이 말했다. ‘만약 마르파 상사께서 허락하지 않으셨다면, 내게 허가한다는 증표를 주시진 않았을 텐데! 아! 정말 이상하구나, 무슨 이유지?’ 그리고 난 후 나에게 말했다. ‘너는 다시 잘 정진사유(精進思維) 하거라!’

상사의 말씀은 나를 매우 두렵게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감히 이 일의 자초지종을 토로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어쨌든 마르파 상사의 허가야 있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계속해서 끊임없이 정진 노력해서 나태해지지 말고 수련해야 한다.’라고 생각했다.

그때, 마르파 상사는 아들이 거처할 집을 짓기 위해, 어바 라마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냈다.

‘내 아들이 집을 짓는데, 지금 목재가 필요하구나. 네가 거처하는 곳에서 자라는 삼나무를 많이 보내다오. 집이 완성된 후 대반야경을 낭송하고 아울러 경축 의식을 올릴 것이다. 그때, 너도 와서 참가하여라. 대력은 악인이다. 지금 분명 여전히 너에게 머물고 있을 것이다. 함께 와도 좋다. 마르파 씀.’

어바 라마는 편지를 가지고 내게 와서 말했다. ‘상사의 편지에서 왜 너를 악인(惡人)이라고 칭하느냐? 이것은 도대체 어찌 된 일이냐? 보아하니 너는 상사의 허가를 얻지 못한 것 같구나!’

나는 사실대로 말씀드리는 도리밖에 없었다. ‘그렇습니다. 저는 상사의 진정한 허가를 얻지 못했습니다. 편지와 당신께 보낸 물건은 모두 사모님께서 제게 주신 것입니다!’

‘아! 아! 원래 그랬었구나! 그렇다면 우리 두 사람은 아무 의미도 없는 짓을 했구나. 상사의 허가를 받지 못하면 공덕(功德)을 일으킬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아! 그렇다면 도리 없는 일이다! 너도 나와 함께 가자!’

나는 말했다. ‘좋습니다! 저도 가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목재를 보낸 후에, 좋은 날을 정해서 가자. 지금은 계속 이곳에서 정진하는 게 낫겠다.’ 어바 라마는 아주 자상하게 내게 말했다.

며칠이 지나, 어바 라마 이곳에 사람들은 내가 곧 떠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내가 있는 곳으로 와서 새 건물 경축과 마르파 아드님의 성년을 경축하는 일에 대해 한담을 나눴다. 그 중에 마르파 상사가 계시는 곳에서 막 돌아온 라마가 하나 있어서 나를 찾아왔다.

내가 물었다.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물으시던가요?’ 그 라마는 ‘사모님께서 ’우리 대력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하고 물으신 적이 있습니다. 저는 입정을 수련(修定)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사모님은 또 ‘입정을 수련하는 것 외에 또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있는가?’하고 물으셨습니다. 저는 아무도 없는 암굴 속에서 정좌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사모님께서는 이 물건을 가져가는 것을 잊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는 이곳에 있을 때 이 물건을 가지고 노는 것만 좋아했으니 이것을 가져다가 주어라!’고 하시며 이 흙으로 만든 주사위를 제게 주셨습니다.’

그 라마는 당시 가져온 주사위를 나에게 주었다. 나는 손으로 주사위를 만지며 마음속으로 나도 모르게 사모님을 생각했다.

라마가 돌아간 후, 나는 주사위를 가지고 놀면서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사모님 앞에서 주사위를 가지고 논 적이 없다. 왜 사모님께서는 내가 이 물건을 가지고 노는 것만 좋아한다고 하셨을까? 사모님께서 나를 좋아하지 않으시는 것이 아닐까? 나는 다시 나의 조상이 주사위 때문에 타향을 유랑했던 것을 떠올렸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부주의로 주사위가 바닥에 떨어져 깨져버렸다. 두 조각으로 깨졌는데 중간에 작은 종이 조각이 보였다. 꺼내서 살펴보니 위에 ‘제자여! 상사께서 네게 관정과 구결을 전수하실 것이다. 어바 라마와 함께 오도록 해라!’라고 쓰여 있었다. 나는 편지를 다 읽고 나서 너무 기뻐 동굴 안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며칠이 지나, 어바 라마는 나에게 ‘대력아! 너도 출발할 준비를 해라!’라고 했다.

어바 라마는 마르파 상사가 하사하신 가지품(加持品)을 남겨둔 것 외에 모든 불상, 경전, 법기(法器), 방울 그리고 모든 황금, 옥석(玉石), 비단 옷, 일용품 등을 전다 다 챙겼다. 다만 절뚝거리는 늙은 산양만을 남겨 두었다. 이 절름발이 산양은 늙었을 뿐만 아니라 성질이 괴팍해서 좀처럼 다른 양과 함께 걷지 않았다. 그래서 남겨두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나머지 안팎의 모든 재산을 준비해 마르파 상사께 공양할 준비를 했다.

어바 라마는 나에게 한 필의 비단을 주시며 말했다. ‘너는 좋은 제자이다. 이 비단을 가져다 마르파 상사께 드릴 예물로 쓰거라.’ 어바 상사의 사모님 역시 내게 한 자루의 기름과 음식을 주면서 말했다. ‘이것을 가져다 달미마 사모님께 공양하세요!’

어바 상사와 사모님이 주신 물건을 가지고, 나는 어바 라마의 대중들과 함께 출발했다. 라찰오곡(羅紮烏谷)에 도착할 무렵, 어바 상사가 말했다. ‘대력아! 네가 먼저 가서 사모님께 우리가 왔다고 알려 나에게 술 한잔을 주실 수 있는지 물어보아라!’라고 말했다. 나는 명령을 받고 먼저 뛰어갔다. 사모님을 뵙고 한 자루의 기름과 음식을 공양하며 말씀드렸다. ‘어바 라마께서 오셨습니다. 그에게 환영주 한 잔을 주실 것을 청합니다.’

사모님은 나를 보시고는 매우 기뻐하면서 말했다. ‘상사는 현재 침실에 계신다. 네가 그분께 가서 말씀드리거라!’ 나는 두려움에 벌벌 떨며 상사의 침실로 들어갔다. 상사는 막 침상 위에서 동쪽을 향해 입정(入定)하고 있었다. 나는 상사께 예배를 올리고 한 필의 비단을 바쳤다. 상사는 나를 보지 않고, 고개를 서쪽으로 돌리셨다. 나는 다시 서쪽으로 가서 다시 예배를 올렸지만, 상사는 다시 고개를 남쪽으로 돌렸다. 나는 ‘상사 어르신! 저를 꾸짖기 위해 예배도 받지 않으시는군요. 하지만 어바 라마가 신, 구, 의 및 모든 금, 은, 옥석, 가축 및 기타 재산을 당신께 공양합니다. 그는 상사께서 한 잔의 환영주로 자비를 베풀어주시길 청하고 있습니다. 그의 소원을 들어주십시오!’

마르파 상사는 듣고 나서 즉시 대아만상(大我慢相)을 보이며, 어느덧 분노와 무서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인도에서 불가사의한 삼장비밀(三藏秘密)과 사승심요(四乘心要), 수승한 구결을 티벳에 가져올 때 나를 환영하러 온 것은 쥐 한 마리도 없었다. 지금 그가 무엇이란 말이냐! 자그만 재산을 가져와서 나 이 대역사(大譯師)더러 그를 환영하라고 한단 말이냐! 오지 않는 것이 좋았다! 썩 꺼져 버려라!’

나는 방에서 나와 상사의 말을 사모님께 전달했다. 사모님은 ‘상사는 성질이 너무 고약하구나! 어바 라마는 대단한 인물이다. 우리는 마땅히 환영해야 한다. 우리 모자 두 사람이 그들 영접하도록 하자!’ 나는 ‘어바 라마는 감히 상사 부모님께서 몸소 나와 환영하시는 걸 원치 않습니다. 단지 한 잔의 술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모님은 ‘음! 아니다, 아니야! 내가 가는 게 좋겠어!’ 그리고 몇 명의 라마와 많은 술을 가지고 함께 가서 영접했다.

경축 연회를 열었을 때, 라찰오곡 세 마을의 대중들이 모두 한데 모여 크게 주연을 열고 마르파 상사의 아들이 성년을 맞은 것과 새 건물의 완공을 경축했다. 주연을 열기 전 마르파 상사는 길상가(吉祥歌)한 곡을 불렀다.

마르파 상사가 길상가를 다 부르고 난 후 어바 라마는 모든 물건을 바치며 말했다. ‘상사님! 저의 신, 구, 의, 모든 것은 당신께 속한 것입니다. 이번에 올 때 집안에 단지 절뚝거리는 늙은 산양 한 마리만을 남겨 두었습니다. 그 양은 양떼의 할머니입니다. 그러나 너무 늙었고, 다리를 절기 때문에 남겨두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외에 저의 모든 것을 가져와서 상사께 바칩니다. 청컨대 심원(深遠)하고 수승한 관정과 구결을 전수해 주십시오. 특히 이승파(耳承派, 이 파의 전법은 매우 비밀스러워서 상사가 직접 입으로 구결을 전수하고, 제자가 직접 귀로 받들어 계승한다. 그래서 귀로 받든다는 의미로 이승파라고 한다.)의 오묘한 구결을 전수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하며 상사에게 예배를 드렸다.

‘마르파 상사는 즐겁게 웃으며 말했다. ’아! 아! 심원하고 수승한 관정과 구결은 금강승(金剛乘)의 지름길로, 이 구결에 따르면, 헛되이 오랜 세월 수행할 필요가 없고, 이 몸은 즉시 성불할 수 있는바 모든 구결 중에서도 특별한 구수(口授)이다. 상사를 위함은 공행(空行)이 부촉(付囑)하는 것이다. 네가 만약 법을 구한다면, 그 양이 비록 늙고 절름발이지만, 가져오지 않은 것은 전체를 공양한 것이 아니다. 나의 이 구결은 네게 전해줄 수 없다. 다른 법은 이미 너에게 전수해 주었다!’ 하고 말을 마치자 대중이 모두 함께 크게 웃기 시작했다.

어바 라마는 말했다. ‘이 늙은 양을 공양한 후에 어르신께서 제게 법을 전수해 주시겠습니까?’ 마르파는 말했다. ‘네가 직접 가져온다면, 전해줄 것이다!’

다음날 모임이 끝난 후 어바 라마는 혼자서 달려가 어미 양을 등에 지고 와서 상사께 바쳤다. 마르파 상사는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모든 비밀진언승(秘密真言乘)의 제자는 바로 너와 같아야 한다. 사실 한 마리 늙은 산양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그러나 법을 받들고[奉法] 법을 중시하는[重法] 연고로 이렇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중에 마르파 상사는 그에게 관정과 구결을 전수해주었다.

며칠이 지나 먼 곳에서 온 몇 명의 라마들이 상사의 거처에 머무르는 몇몇 사람들과 모여 마침 회공륜(會供輪)을 하고 있었다. 마르파 상사는 자기 주위에 매우 긴 단향목 지팡이를 놓고, 눈을 동그랗게 크게 뜨고 어바 라마가 분노의 인을 하면서 노발대발하며 말했다. ‘아돈경파(俄頓瓊巴)야! 네가 문희와 같은 악인에게 관정과 구결을 전수해준 이유는 어디에 있느냐?’라고 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주위의 지팡이를 바라보며, 손을 천천히 뻗어 그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어바 라마는 놀라서 부들부들 떨면서 한편으로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어르신께서 제게 편지를 보내 문희에게 법을 전수해 주는 것을 허가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동시에 저에게 나로파 대사의 신장엄과 홍보석 옥인(玉印)을 하사하셨습니다. 제가 대력에게 법을 전수한 것은 상사의 명을 받들어 한 것입니다. 어르신 용서하십시오!’ 라고 말하고 난 후 놀래서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어떻게 해야 상사의 진노를 식힐 수 있을지 몰라 했다.

상사는 분노로 위협하는 수인을 하시며 나를 가리키시면서 ‘네 이 못된 녀석! 이것은 모두 어디에서 난 것이냐?’라고 물었다. 그때 나는 마음속으로 칼로 도려내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너무나 두려웠기 때문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도 꺼내지 못했다! 부들부들 떨며 가까스로 말했다. ‘그…그… 그것은 사모님께서 제게 주신 것입니다!’

상사는 말을 듣자마자 바로 자리에서 뛰쳐나와 나무 지팡이로 사모님을 때리러 갔다. 사모님은 이미 이 일이 이렇게 될 줄 알고 계셨기 때문에 멀찌감치 바깥쪽에 서 계셨다. 그녀는 상황이 좋지 못한 것을 보고 발걸음을 재촉해서 방안으로 도망쳤다. 방으로 뛰어가서는 ‘찰칵’소리와 함께 방문을 닫았다. 상사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쫓아가 지팡이로 사납게 문을 때렸다. 한참을 때린 후에야 비로소 자리로 되돌아와서 말했다. ‘아돈경파!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지르다니! 빨리 나로파 상사의 신장엄과 옥인을 가져오너라!’라고 말하면서 머리를 흔들고 한숨을 쉬며 격노했다. 어바 라마는 서둘러 고개 숙여 절하고 곧장 옥인과 신장엄을 가지러 갔다.

이때 나와 사모님은 함께 밖으로 도망가 있다가 어바 라마가 나오는 것을 보고 울면서 그에게 말했다. ‘앞으로 저를 인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어바 라마는 말했다. ‘상사의 허가가 없다면, 내가 너를 인도해도 이번과 마찬가지 일 것이다. 우리 두 사람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그러므로 여기에 머물러 있거라. 상사가 가지(加持) 허가를 얻은 후에 어쨌든 내가 너를 도와줄 것이다!’

나는 말했다. ‘저의 죄장(罪障)이 너무 무거워, 상사와 사모님께서 저 때문에 이런 고통을 겪고 계십니다. 금생금세에 법을 닦아 성취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자살하는 게 낫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작은 칼을 꺼내 자살하려고 했다. (티베트 사람들은 대부분 몸에 작은 칼을 휴대하고 다닌다.)

어바 라마는 나를 끌어안으며 눈물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아! 대력, 나의 친구여! 이렇게 해선 안 된다! 세존의 교법(世尊教法)은 결국 비밀 금강승으로, 금강승의 교의에서는 자신의 온(蘊),계(界),처(處)가 바로 불타이다. 수명이 다하지 않았을 때 설사 전식법[轉識法, 전식법이란 6가지 성취 법 중의 하나로, 밀종에서 정토를 닦기 위한 방편이다. 이 법을 성취하면 생사가 자유롭다.]을 행할지라도 모두 부처를 죽이는 죄가 있다. 세상에 자살보다 더 큰 죄는 없다. 바로 현교(顯教)에서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보다 더 중한 죄는 없다고 말했다. 잘 생각해 보고 자살할 생각을 버려라! 상사께서는 아마 네게 법을 전수할 것이다. 설사 전수하시지 않는다 해도 중요하지 않다. 다른 라마에게 가서 법을 청할 수도 있지 않느냐.’

이렇게 말할 때 모든 라마 대중들은 나에게 동정을 표했으며 어떤 사람은 나를 위로했다. 어떤 사람은 상사가 있는 곳에 가서 법을 전해줄 것을 요청할 기회가 있는지 살폈다. 그때 내 마음은 철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분명 고통으로 부서졌을 것이다! 나 밀레르빠의 반생(半生)은 산처럼 중한 죄를 행해 정법을 구하는 데 이렇게 큰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존자가 말을 마치자, 설법을 듣던 대중들 가운데 눈물을 흘리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어떤 사람은 염세적 마음과 세상을 떠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생겼고, 어떤 사람은 듣고 나서 너무 슬퍼 결국 기절했다!

레충빠는 밀레르빠 존자에게 말했다. ‘상사 존자시어! 마르파 상사께서는 결국 무슨 인연으로 당신께 법을 전수하셨고, 당신께 가지(加持)하셨습니까?’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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