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나누는 무언의 대화
박 유 선
침엽수인 소나무는 성깔이 있는지 바늘 잎으로 살갗을 콕콕 찔러댄다. 그래도 예로부터 소나무의 강인함과 멋스러움과 곧은 절개는 군자의 모습으로 비유되어 그림의 소재로 곧잘 삼아왔다. 많은 그림에 있어서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라던가 솔거의 [노송도]에서 보듯 소나무 없는 한국화는 있을 수 없는 것 같다.
내가 어려서 자란 집에는 정말 멋스러운 노송이 여기저기 옆으로 비스듬히 드러누워 있다. 기억에 남는 소나무는 높은 동산 위 큰 바위 옆에 자리하고 있어서 우리는 그 밑에 자리를 깔고 한강 너머를 바라 보곤 했다. 또 현관 앞에 있는 노송은 꿩들의 보금자리였다. 새벽같이 영등포쪽으로 날아간 꿩은 어김없이 해거름엔 집으로 돌아왔다. 어린시절 날마다 꿩들의 안녕을 확인하며 빼 놓을 수 없는 또 한가지 일과가 있었다. 황혼이질무렵이면 큰 전나무 꼭대기에 사는 올빼미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고개를 젖히고 올려다보며, 귀 기울이고 나무 둥치에 기대어 서서 나무의 속삭임을 들으며 말없는 교감을 일찍이 터득한 것이리라.
매화 꽃에 반해 서성이며 맴돌던 어느 날 발견한 매실을 깨물었다가 기절하게 신맛에 놀랐던 잊히지 않는 일. 감 꽃을 실에 꿰어 목에 걸고 하나씩 뽑아 먹던 일. 입술이 새까매지도록 하루 종일 버찌를 따 먹던 날들. 진달래 꽃은 우리들의 간식거리였으며 한번은 연분홍 철쭉(개꽃)을 진달래로 잘못 알고 따먹고서 열에 들떠서 혼이 난 기억. 봄만 되면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꺾어가는 백 진달래 나무를 보호하고자 아버지는 내 손을 잡고 그 넓은 정원을 돌아다니면서 애처롭도록 아름다운 꽃을 일일이 따 버리던 일. 그렇게 수많은 나무와 친구로 성장하며 무언의 대화 방법을 터득한 것이 아닐까.
나는 뭐니 뭐니해도 나무하면 활엽수가 좋다. 사계절 따라 뚜렷이 변화하는 매력, 특히 가을엔 시시각각 다른 옷을 갈아 입으며 마음을 촉촉이 적셔주며 우수로 이끄는 사랑하는 나무들이 있어 나는 마냥 행복한 것이리라. 그 나무들과 서로 호흡을 맞추며 즐기는 것은 또 하나의 가을에만 느끼는 낭만이요 서정적인 특전이 아니던가.
가을 옷 갈아입은 은행잎은 때마침 불어오는 하늬바람에 수천개의 황금 빛 찬란한 나비의 날개인양 파득이면, 그건 그야말로 자연이 연출하는 그 무엇에도 비유할 수 없는 장관인 것을….
쓸쓸한 겨울 어느날 정원에서 정말이지 볼품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포도나무의 초라하기 그지없는 발가벗은 모습을 보았다. 그 순간 나는 포도나무가 가엾어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지난 여름만해도 얼마나 무성한 멋진 잎으로 치장하고, 여우가 시어서 안 먹는다는 포도송이를 주렁주렁 탐스럽게 달고 뭇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영광을 누리지 않았던가. 때로 너는 은 쟁반에 담겨서 손님 앞에 곱게 모셔지는 영화도 누리지 않았던가?
죽은 것만 같은 마른 포도나무를 보며 문득 나는 사람의 한 생을 생각한다. 사람 역시 한 세상 살면서 정말 잘 나가고 화려한 때가 있지 않았던가. 그러나 어느날 늙어지고 나면 남 보기에 초라하다는 이유 하나로, 그야말로 늙은 것도 서러운데 생각이 짧은 젊은이로부터 하대를 받는 걸 본다. 어떤 젊은이들은 무조건 늙은이들은 못 배우고 초라하게 평생 아무 가치 있는 일도 해보지도 못하고 살아온 폐물인양 보는 것 같을 땐 남의 일이라도 정말이지 가슴이 아프다. 나도 젊어서 저런 우를 범하지 않았던가 하고 자성을 할 때가 더러 있다.
시간은 쉼없이 흐르고 젊음 역시 영원히 멈추지 않는데. 사람이 늘 푸른 소나무가 아니라면, 포도나무처럼 납작하게 엎드려 지내야 할 때도 때로 있지않을까. 그렇게 불쌍해 보이는 포도 나무도 겨울을 지나면 또 다시 붉은 입술을 빼어 물고 곰실곰실 조금씩 자라나와, 다시 화려한 잎을 피워 붉은 가슴 울새에게도 집을 지어 일가를 이루게 넉넉함을 베풀 것이며, 또 달디단 포도를 우리에게도 나누어 주겠지?
자연은 순리를 따르고 인간에게 유익을 주는데, 인간은 제 욕심 차리느라고 마음대로 나무를 자르고 옮기고 뽑아 던지기까지 한다면, 어찌 인류의 공동자연유산을 보호하여 후손에게 남겨 줄 것인지 싶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나무와 말없는 대화를 나누며 참으로 많은 이치를 터득하며 보다 더 가치 있는 삶을 가꾸어 가야 하지 않을까.
베릭
- 2011.04.22
- 15:55:49
- (*.156.160.69)
산의 예찬
베릭
- 2011.04.22
- 17:13:55
- (*.156.160.69)
대화
상대방을 배려하는 대화
가끔 사소한 말 한마디 때문에 상대방을 아프게 하고
자신의 입장마저 난처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통해 당사자에게 그 말이 전해졌을 때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는 합니다.
사람이 동물과 가장 다른 점은 언어를 가지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일 겁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고백을 할 수 있고
자신이 원하고 느끼는 바를 동물적인 몸짓이 아닌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일 겁니다.
참으로 축복이고 다행한 일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이 주신 그런 좋은 선물 때문에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면,
서로의 가슴속에 오해와 불신이 쌓여간다면
그건 잘못된 일이 아닐까요.
사람과 사람간에 나누는 대화는
참으로 유쾌하고 즐거운 일입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함부로 비방하거나 자신의 의견만이
옳다고 몰아세우는 대화는
오히려 자신의 살을 깍아먹는 나쁜 일입니다.
아무리 사소한 말이라도 이미 뱉어진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에 앞서 상대방을 배려할줄 아는
넉넉함으로 대화를 하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무언에 대화라도 말이죠
먹어보지도 않은 과일을 남의 말이나 모습만보고 맛이 없다며과정 해 버리는 생각을
어떻게 진실한 자연을 알려줄 수 있는지어떻게 하면 되나요,
진실하고 정직하며 평등하다고,외쳐도 장님이니
이제는 무언으로 대화 해야 합니까 ?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서 변화에 대응하는 사람이 점차 많아지고 지구에 대면한 여러 문제들의 심각성을 인정하며 여러 지구인들에게 지구사랑을 알리기 위한 노력들이 언론이나 잡지,방송,재단 등에서 제법 규모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은 안심이 되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지구를 살고있는 나 자신에게도 약간은 미안한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은 이 책에 나오는 존 프란시스의 삶과 실천정신에서 마음을 숙연해하는 뭔가가 꿈틀거린 건 사실이다.
세상이 변하면서 사람들의 생활은 편리해지고 더욱 편리해지기 위해 과학의 발달은 거침이 없다.그 대신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지구는 점차 멍이 들고 있고 여러 곳곳에서 환경파괴에 대한 재앙이 서서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만 하는 당위성에 대해서 이 책은 꼭 알려주고자 함도 엿보인다.
주인공 존 프란시스는 197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만의 기름유출 사건,방제작업이 끝날 때,이 사건의 근본을 해결하고자 하는 바램으로 자신에게 맹세를 한다.
그건 바로 자동차를 타지 않겠다는 것, 두 발을 통해 지구를 종횡무진 걷고 또,무언의 대화를 통해 사람의 얘기를 듣고,자연을 관망하고 느끼겠다는 것이다.
그는 몸소 걷기와 침묵을 실천하면서, 프래닛워크라는 비영리 환경교육기구를 설립하였다. 또한,순례자의 마음으로 세계 여러 각지를 여행하며 많은 사람들과 무언의 대화를 통해 자연에 순응하고 하루의 일과 중 꼭 자연을 그리면서 함께 호흡하고자 하는 그의 사명이 대단하다 못해 놀람을 금치 못한다.
"침묵의 경험에는 절대적으로 정직한 무언가가 있다.모든 말은 침묵에서 시작된다.따라서 모든 통념도 침묵에서 시작된다. 말은 입 밖에 낼 수 있는 것에 대한 믿음이다.말이 없이는 가설이 존재할 수 없고,가설이 없이는 답도 있을 수 없다.
침묵은 추측에 의문을 품을 기회뿐 아니라 그 추측을 버리고 새로 시작할 기회를 우리에게준다..."
그의 노력을 우리는 확실히 알고 이제는 실천할 때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사고가 일어났을 때 자연의 처참한 죽음을 눈으로 보며 안타까워했다.이제는 정말 진정으로 자연에 미안해해야하지 않을까?
적어도 아름다운 지구를 살고 있는 인간의 실수가 더이상 용납되지 않을 순간에 대한 두려운 때를 직시하고 깨달아 서서히 지구사랑에 대한 작은 실천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겸손함이 생긴다.
그가 이 책을 통해 알리고자 함은 나 자신에게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모르고 지나처버릴 수 있는 아름다운 지구를 살고 있는 지구인 모두에게 존 프란시스의